이석기 가석방

by 김준식


어수선한 연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석기 전 통진당 국회의원의 가석방 소식을 듣는다. 그에게 사법부는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했고 그 형량의 3분의 2를 채워 가석방 요건에 해당하여 크리스마스를 기해 가석방되는 것이다.


2015년 그의 판결이 내려지던 날, 나는 이렇게 글을 썼다. (아래)


개인적으로 나와 나이가 같은, 전 통진당 국회의원 이석기의 판결이 내려졌다. 결과는 내란음모죄 무죄, 내란선동죄 유죄(9년), 혁명조직(RO) 증거 부족으로 판결이 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석기는 그 어떤 구체적 위험(실행행위 없는) 없이 생각만으로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또 하나 말도 안 되는 사실은 이번 이석기의 판결 이전에 구체적 위험 없이 이석기가 소속되었던 정당(통합진보당)은 이미 헌재에 의해 해산 결정이 내려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통진당의 정강과 이석기의 통일 논리, 그리고 그의 노선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스스로 좌파라고 분류하는 나의 정치적 의견은 이석기의 의견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단지 그 정당과 이석기와 나는 정치적 방향과 논리가 단지 ‘다르다’ 일뿐이다. (맞다, 혹은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서 형법을 공부한 바에 의하면 범죄를 구분함에 있어 ‘추상적 위험 범죄’와 ‘구체적 위험 범죄’로 나눈다. 추상적 위험범은 그 행위가 현실적인 위험을 야기하지 않아도 일반적인 위험성만 인정되면 범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범죄행위다. 우리 형법에서는 현주건조물 등의 방화죄(형법 164조), 현주건조물 등의 일수죄(177조), 위증죄(152조)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구체적 위험범은 법익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현실로 야기된 경우에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범죄이다. 일수죄, 방화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범죄가 이 ‘구체적 위험 범죄’이다.


이석기의 내란선동죄는 우리에게 구체적 위험,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현실로 야기된 경우인가? 법원도 구체적 위험은 없었다고 판결요지 및 주문에 나와 있다. 내란죄(87조)의 선동(90조)은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그럼 선동(agitation, 煽動)이란 무엇인가? 문서나 언동으로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대중의 정서적 반응에 호소함으로써 그들을 행동에 동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선동은 대중이 가진 정치적·사회적 불평과 불만, 분노 등을 일정한 상징으로 통일시키고, 그 분노의 해소는 행동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각인시킴으로써 대중의 감정을 행동으로 이행시키는 것이다.


이석기의 재판 과정에서 대중에게 알려진 소위 혁명조직 RO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되었는데 그 RO의 활동이 내란선동의 기반과 토대가 되어 이석기는 체포되고 유죄가 된 것이라면 RO가 증거 불충분이라면 당연히 그 상부에 존재하는 논리는 오류가 된다. 따라서 오늘 판결은 법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실체가 없는 조직(RO)의 활동이 선동이라고 오해받았고 그 오해가 풀렸음(증거 불충분)에도 유죄(내란 선동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건 뭔가? 사법부의 정치권 눈치 보기인가? 단지 생각만으로도 처벌된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안전하지 않다.


그림은 The Bitter Draught(1636) '쓴 약 한 모금' 네덜란드 화가


Adriaen Brouwer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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