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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an 18. 2017

일상의 장면

일찍 핀 매화 꽃을 보며

梅瓣不計暖氣發 매화 꽃잎 따뜻한 기운에 계산 없이 피다.


難慮世流攪 (난려세류교)어지러운 세상 알기 어렵더니,

先發莟萎乎 (선발함위호)먼저 꽃 피워 시들었구나!

春來不得已 (춘래부득이)어찌 어찌하여 봄은 오겠지만,

及時惜失蕾 (급시석실뢰)아쉬워라 잃은 꽃 봉우리.


2017년 1월 18일 오전, 학교 화단에 매화나무를 유심히 보니 지난 주 초, 따뜻했던 기운 탓에 매화 꽃 한 송이 피었다가 요 며칠 사이 추위에 시들고 말았다. 시류를 따르지 못함이 이와 같고, 시류에 편승함이 또 이와 같다. 하여 장자에 등장하는 ‘부득이’를 용사한다.


대저 부득이의 경지는 무엇일까? 이 때 已 는 “그치다” 또는 “그만두다”로 해석하는 것이 어울린다. 즉 ‘제물론’에 의하면 “통함은 얻음이다.”(通也者, 得也)고 했다. 얻음(得)은 통했을 때를 말한다면 “부득이(不得已)” 즉 얻지 못했으니 통할 수 없는 상태다. 이를테면 春來不得已는 봄이 와도 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미와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봄이 오고야 말 것임을 나타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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