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산책(10)
自得大智慧*
明卽躬親知*(명즉궁친지) 밝음은 스스로를 아는 것이고,
無明而邊見*(무명이변견) 어둠은 곧 치우침이라네.
元㴭恒不測 (원요항불측) 근원이 깊어 늘 헤아리지 못하는데,
晨霞漸幽曞 (신하점유려) 새벽노을만 그윽하게 퍼지네
2022년 8월 28일 아침 5시. 어제부터 부쩍 가을 냄새가 나더니 아침엔 긴 팔을 꺼내 입을 만큼 날씨가 쌀랑하다. 거기에 하늘엔 새벽노을까지 유려하게 퍼지니 참으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이다. 제트기류가 불면서 구름을 얇게 하늘에 펴고 그 구름 뒤에서 해가 떠 오르니 지금의 저 노을빛이 보인다는 것은 지극히 과학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의 바탕 위에서 나는 밝음(明)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노자께서 “사람을 아는 것은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것은 밝다.”라고 이야기한다. (도덕경 33장 일부) 여기서 사람을 안다(知人)라는 말을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이미 구축된 지식과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인식의 범위를 따라잡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아는 것(自知)은 거대한 외부적 지식의 확장과 반대에 존재하는 자신을 향하게 하고 역시 거대한 자신을 탐구하면 스스로의 어둠을 떨쳐내고 밝아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항상 머리에 이고 사는 하늘의 원리는 참으로 무궁하다. 물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우리 머리 위에 엄존하는 하늘은 진리의 모습 그 자체다. 동시에 그 하늘을 인식하는 나 자신 또한 진리의 본체인데 거기로 향해 눈을 돌리게 하는 동기는 의외로 외부에 존재하는 절대의 순간이다. 바로 오늘 새벽노을은 거대한 자연의 일부인 동시에 스스로를 향해 생각의 방향을 돌리게 만드는 날카로운 가르침이다.
* 자득대지혜: 천수경(밀교의 경전)에 있음. 스스로 지혜를 얻는다는 뜻. 천수경은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담고 있는 경전으로 당나라 때 가범달마(伽梵達磨) 등이 한역했다.
* 도덕경 33장 知人者, 智 自知者, 明.
* 변견(邊見): 공에만 집착한 나머지 무념(無念)의 지혜가 아닌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경지에 이른 것을 말한다. 즉, 공사상(空思想)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빈 마음으로 앉아 있는 것을 무기공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공에 집착하면 무지에 빠져 어두움(無明)에 싸이게 되는 것이니, 이것을 변견(邊見)이라고도 부른다. 즉 한쪽에 치우쳐 집착하는 잘못된 견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