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산책(7)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 한다. 마구 쏟아지다가 가늘어지기를 반복한다.
올해 장마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저수지의 수위가 거의 바닥인 곳이 많다. 비가 많이 와야 하는데 또 비가 많이 오면 비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사람 사는 일에 균형이 어렵다.
누군가의 말처럼 기후 위기가 거대한 사기극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나날이 기후가 극심해지고 있지만 이것도 그저 현재의 우리 기준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어쨌거나 비가 좀 더 와야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비가 동일한 량으로 동일한 세기로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 것은 진리에 가깝다.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도덕경》 23장에서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希言自然 희언자연. 飄風不終朝 표풍부종조 暴雨不終日폭우부종일.
즉, 말을 적게 하면 스스로 그러해진다. 거센 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하니.
앞부분의 ‘희언자연’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풀이가 있다. ‘자연’을 한 덩어리, 즉 명사 ‘자연’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떼어서 말이 적은 것을 꾸미는 말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많지만 떼어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물론 나 같이 어리석은 사람에게 붙이든 떼어 놓든 전체적인 의미는 비슷해서, 독립적이든 아니면 뭔가를 꾸미든 구분의 실익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유명한 학자들은 이 작은 부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希言희언에서 ‘언’은 왕이나 국가가 말하는 것, 즉 법률이나 명령을 말하는데(통설) 이것이 적으면 세상 모든 일은 스스로 알아서 잘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뒷부분은 敷衍부연이다. 아무리 법령이나 명령이 많아도 내내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표풍’으로 ‘폭우’로 비유한 것이다.
노자의 이야기는 사실 지극히 상식 수준이다. 아무리 거센 바람일지라도 아침 내내 불 수는 없고 아무리 거센 비도 하루 종일 같은 기세로 내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상식에서 노자는 절대 진리(도)를 찾아내서 이렇게 글로 남긴 것이다.
그런데 상식은 도대체 무엇인가? 근대를 연 위대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상식을 이렇게 말한다. 상식을 그는 양식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양식과 상식이 같은 표현인지는 여기서 논외로 한다. 데카르트는 양식(상식)을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이것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한다.”(방법서설, 데카르트 저 소두영 역, 동서문화사, 2016 제1부, 25쪽) 누구나 아주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 생각을 데카르트는 상식(양식)이라고 표현했다.
오늘날의 상식은 어떤 사회에 속한 사람이 문화와 지식을 습득하면서 당연히 알게 되고 또는 믿는 가치 또는 개념이다. 상식의 문제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것은 基準기준- Standard, Criteria의 문제다. 하지만 쉽게 말하면 동일한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이미 알고 있는 것들 또는 알고 있어야 할 가치와 개념이 상식이다.
그 상식을 동원하여 풀이하자면 세상에 법령이나 명령이 적어진다면 그것은 세상의 본래 모습(자연스러운 상태)이 되기 때문에 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노자의 말인데 이것은 거의 상식에 가깝다는 말이 된다.
“道는 常識에서 출발한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다시 비가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