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키르케고르의 핵심 개념
A. 불안(Anxiety)
키르케고르가 1844년 Vigilius Haufniensis[1]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The Concept of Anxiety: A Simple Psychologically Orienting Deliberation on the Dogmatic Issue of Hereditary Sin』(불안의 개념: 원죄의 독단적 문제에 대한 간단한 심리학적 지향성 고찰)에서 불안의 개념을 이야기한다.
키르케고르가 불안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덴마크어 ‘angest’를 영어로 번역하면 ‘anguish’, 즉 고뇌가 된다.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책 내용에서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자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고뇌보다는 불안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2]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최초의 불안은 아담의 불안이다. “선과 악의 개념은 아담이 과일을 먹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담은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는 것이 ‘악’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단지 아담이 알았던 것은 신이 그에게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불안은 바로 이 신의 금지(열매를 따 먹지 알라는 명령)에서 출발한다. 즉 아담이 자유롭게 신에게 순종할지 또는 순종하지 않고 열매를 따 먹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불안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불안해 하던 아담이 열매를 따 먹음으로 인해서 원죄가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불안은 죄에 선행하는 것이다.[3]
키르케고르는 부연해서 설명하기를 “아무리 깊게 가라앉아도 더 깊이 가라앉을 가능성은 존재하며, 바로 이 가능성이 불안의 대상이다.”[4] 따라서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이렇게 정의한다. “불안은 하나의 공감적인 반감反感이고 그리고 하나의 반감적인 공감이다.”[5]
이 말은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 있다. 불안은 두려워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고 동시에 그 욕망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를테면 아담이 신께서 열매를 따 먹지 말라는 금지를 아는 순간 그 금지를 파기하고 싶은(신에게 반항 또는 저항하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동시에 그 욕망(신에게 반항 또는 저항하고 싶은)이 동시에 두려운 것이다.
인간은 가능성의 존재이다. 어떤 가능성을 깨닫는 순간 그 가능성을 욕망한다. 하지만 그 욕망이 동시에 두렵다. 가능성의 존재인 자신이 죄를 지을 수도 동시에 막을 수도 있는데 그 주체는 결국 자신 뿐이라는 사실, 그것이 불안의 바탕이라는 것이 키르케고르의 생각인 것이다.
[1]시장의 관찰자, 시장의 파수꾼이라는 의미. 여기서 시장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을 이야기하는데 코펜하겐이라는 말이 바로 시장市場이다.
[2]『키르케고르 실존극장』 도널드 파머, 정영은 옮김, 필로소픽, 2024. 66쪽에서도 비슷한 논지로 불안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3]『불안의 개념』쇠렌 키르케고르 지음, 임춘갑 역, 다산글방, 2015. 51쪽 다음 내용 참조 “지혜의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금령禁令이 아담 속에 죄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4]『불안의 개념』 쇠렌 키르케고르 지음, 임춘갑 역, 다산글방, 2015. 169쪽
[5] 앞의 책. 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