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Feb 22. 2018

학교 내부자들을 읽고

박순걸 교감 선생님께 

박순걸 교감 선생님 책 “학교 내부자들”을 읽고. 


먼저 이 책을 쓰신 박순걸 교감 선생님께 진심으로 고마움과 존경을 드립니다. 교직 생활 전 기간을 고등학교에만 있어온 제가 감히 이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드리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독자보다는 이해의 폭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이 글을 씁니다.  


교감 선생님의 말씀은 학교 곳곳에 뿌리내려 이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간과해 버리고 마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천민자본주의에서 유래된 기회주의와 속물근성, 약자에 대한 폭력과 강자에 대한 비굴함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이 책의 말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저는 1980년 대학을 들어갔고 이제 5~6년이 남은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승진점수를 일컫는 논두렁 밭두렁 점수와 연구점수 그리고 근무평정점수를 다 가지고 있지만 이 점수들은 자의적 획득 점수가 아닌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 획득한 점수였습니다. 고백하건대 승진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까지 저와 같이 근무했던 교감선생님(같은 학번에 동갑)은 승진을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어차피 진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인데 승진해서 가면 고속도로로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국도로 가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관리자들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감 선생님의 책을 읽고 저의 소회를 짧게 밝혀 봅니다. 혹여 의도와 다르게 읽혀 제가 다른 의도로 풀이했더라도 널리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1.      공감 


초등학교 교사와 중등 교사의 차이를 넘어 일반적인 관리자의 이미지, 그리고 저간의 학교 상황에 대한 교감 선생님의 관찰과 그로부터 나온 여러 이야기들에 대해 깊이 공감합니다. 부제로 달린 ‘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각이 교차하지만 교감 선생님의 마음의 모습과 그로부터 나오는 진지한 노력을 읽으면서 민주적이란 말로부터 비롯된 저의 희미한 갈등을 지웁니다. 


1장       부끄러운 관리자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고등학교 교사가 보기에 약간은 지난 이야기를 읽는 듯했습니다. 이미 고등학교에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최근 들어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제도적 구조적 문제들이 이제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얼핏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묘사된 관리자의 입장에서 서술하신 교사와의 관계와 공문서에 대한 권력관계는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2장       비민주적인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승진 문제는 초 중등의 경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승진과는 멀어진 저의 입장에서 보는 소수점 단위의 승진점수는 듣는 순간 숨 막힙니다. 승진과 관련된 벽지학교 문제에 대한 교감 선생님의 묘사는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지적도 교사위원인 제가 느끼는 문제점을 잘 묘사해주셨습니다. 결정권 제로의 교사들에 대한 지적도 가슴 아프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교사에게 방학은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계약직 복무형태와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노동계의 논리를 끌어오고 그것을 자본주의 언론들이 증폭시켜 대중들을 자극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학교는 이런 논리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학교 건물에 대한 지적도 매우 신선하고 정확했습니다. 아직도 일본 식민지 교육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학교 건물구조와 각 실의 배치, 그리고 교장실입니다. 아마도 이런 문제는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2013년 학습연구년 해외견학으로 이탈리아 고등학교를 방문했는데 놀랍게도 교무실과 교장실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교장실을 찾았는데 그곳은 건물의 가장 귀퉁이로서 규모는 사무용 책상과 2인용 응접세트가 전부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의 교장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작고 초라한 교장실이었습니다. (참고로 학교 규모는 로마에서 세 번째인 고등학교였습니다.) 교무실은 작은 건물에 독립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학생들을 위한 배려라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앞으로 꽤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교직 사회가 민주적으로 성장하고 학교 문화가 바뀌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장       교육청 문제는 고등학교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원칙적으로 도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주고받기 때문에 이 책에서 교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부분과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필요 없는 일을 요구하고 그 필요 없는 일에 교사들이 받는 고통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컨설팅이라는 용어에 대한 저의 생각을 2016년 6월에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218294&PAGE_CD=&CMPT_CD=) 교감 선생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포상 문제에 대한 교감 선생님의 생각과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국회, 도의회 회기 기간에 몰아치는 의원 요구자료를 하면서 늘 분노하고 동시에 좌절했습니다. 2011년 인성부장을 하면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 CCTV가 설치되었습니다. 인성부에서 요구하여 설치하는 형식으로 설치된 CCTV는 제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인성부의 업무였고 그로 인해 해마다 또는 일이 있을 때마다 행정실과 싸웠지만 관리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은 학생과 관련이 있으니 교무실에서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전 문제 또한 권위주의 시절에 여전히 머물고 있습니다.  


4장       교감 선생님의 실천하는 모습은 공감을 넘어 감동입니다. 학교 급이 달라 도저히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단 하루라도 교감 선생님과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싶군요.  


5장       저희 학교는 27 학급으로서 교사 수만 70명이 넘는 큰 학교입니다. 따라서 세 개의 학년부와 6개의 업무부서로 업무가 분류되어 있습니다. 각 학년부의 27명 선생님은 주로 학생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주로 업무부서에 배정된 선생님들이 처리하는 방식으로 학교가 운영됩니다. 따라서 담임교사인 27명 교사의 업무부담은 비교적 덜 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여건은 조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업무부서의 선생님도 똑 같이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이라 업무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담임과 비 담임 사이의 역차별 문제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6장       교육청의 역할에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의 차이가 조금 있어 그저 공감만 하는 정도입니다.


다시 한번 더 박순걸 교감 선생님의 열정과 노고에 존경과 고마움을 드린다.

이전 08화 새 학기를 앞두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