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Jun 08. 2018

내 그럴 줄 알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 


1. 


작년 5월 우리 반에 부산에서 전학을 온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의 별거가 원인인 듯했지만 정확한 경위는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가정적으로 약간은 문제가 있는 아이로 짐작했다. 아이는 그런대로 잘 적응하며 학교 생활을 했는데 문제는 지각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보기도 하고 부모에게 연락도 해 보았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밝은 성격이라 학교에 잘 다니는 것 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게 되었다. 2학년 담임을 맡고 그 아이의 반 편성을 보니 다른 반으로 되어 있어 새로 담임하시는 선생님께 예상할 수 없는 손해를 드릴까 싶어 그 아이를 우리 반으로 옮겨 한 해 더 지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2학년이 되어도 그 아이의 지각 버릇은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까지 한다. 6월 초에는 지각이 거의 20번이 넘어가 학교에서 징계를 줄지도 모른다고 협박했더니 이렇게 해결책을 내놓았다.  


“내일부터 ~~”   


내가 대답했다. 


“작심삼일!!”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는 이틀은 빨리 오고 사흘째는 여전히 지각이다. 내가 생각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2. 


양승태의 검은 거래와 사법질서의 문란을 옹위하던 또 다른 양승태인 법원장들이 어제 모여 회의를 했고, 그 결론은 양승태를 교도소로 보내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냈다 한다. 이 후안무치의 인간들에게 우리는 분노한다.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이석기의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KTX 승무원들의 분노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을 규탄한다. 


역시 이 한마디!  


“내 그럴 줄 알았다!!” 


3.


북한 핵 폐기 문제에 있어 강경 매파였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험한 말에 상처를 입은 북한이 한 때 북 미 협상을 걷어 치우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어찌어찌 수습이 되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 미 정상이 만나게 되었는데 트럼프의 수행자 명단에 존 볼턴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국제 깡패도 이런 깡패가 없다. 존 볼턴이 한 때 이 협상 장면에서 배제되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럴 리 만무하다. 볼턴이 수행원 명단에 있다는 뉴스를 들으며 역시 이렇게 한 마디 한다. 


“내 그럴 줄 알았다!!” 


4.  


국회 의석 수로 보자면 이 나라의 제 1 야당은 여전히 자유 한국당이다. 자유라는 이름이 불쾌하지만 더 불쾌한 것은 이 당 대표를 맡고 있는 홍 모라는 인사의 모든 것이다. 그 인간 같지 않는 인사가 어제 외신기자 회견에서 기자가 북 미 회담의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종전협정에 대하여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결단코 반대한다.” 병신 육갑한다. 도대체 이 인간은 어떤 나라 사람인가? 이 나라 7천만 겨레의 소망이 이 땅의 평화와 안전이 아닌가? 그런데 종전협상을 반대한다고? 왜? 이 한 마디에 그 당의 정체성과 그 인간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을사오적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역시 이런 말을 해 본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이전 10화 수학여행 후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