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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31. 2018

주말 아침

1.     교생실습 


5월 초, 교생들이 학교에 실습을 시작하여 어제, 그 모든 과정이 끝났다. 약 한 달 동안 진행되는 교생실습은 교사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학교 현장에서 수업과 업무 및 교사로서의 태도 등을 배우게 된다. 대학에서 4년 동안 시간을 보낸 그들이 학교에서 보낸 한 달은, 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첫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그들을 보는 내 마음은 몹시도 걱정스럽고 암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뚫어내야 할 거대한 관문, 즉 임용고시가 있기 때문이다. 경쟁률도 어마어마하지만 이제 학생이 줄어드는 이유로 교사의 수요가 줄어드는 바람에 특정 과목은 아예 선발조차 하지 않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늘 차갑지만 이들이 마주해야 할 현실은 차가움 정도가 아니라 얼음처럼 단단하고 냉혹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반 교생은 과목이 일어다. 제 2 외국어가 수능에서 필수가 아니니 인문계고교에서 제 2 외국어(일어, 중국어, 독어, 불어….)는 이제 완전히 번외 과목이 된지 오래다. 그야말로 교양인 셈인데 그나마도 독어, 불어는 아예 학교 현장에서 퇴출된 상태나 다름없다. 본인이 스스로 이런 상황을 잘 아는지 아이들과의 교감도 또, 교사인 나와의 관계도 뜨악했다. 하지만 내가 나무랄 일은 아니어서 일반적인 관계로 한 달을 유지했다. 떠나는 어제, 아이들이 뭔가를 준비해서 간단한 모임을 가지는 것을 보며 안쓰러웠지만 그와 식사를 나누기에는 뭔가 어색하여 그냥 보내고 말았다. 조금 후회가 되지만 어쩌랴! 


아이들 말로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 가슴이 조금 더 아프다. 지금 이 땅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일명 공시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동일한 시대를 호흡하고 있는 쓸쓸한 20대의 현실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부디 합격을 기원한다.  


하기야 나의 20대도 터널 같았다. 그 긴 터널은 50대 중반을 넘긴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언제나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힘내자! 


2.     繕性(선성) 


지난 수요일 밤, 모처에서 미학 강의를 했다. 겨우 반 푼도 되지 않는 지식으로 미학이라는 거대한 학문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지만 이리 저리 엮고 잘 포장하여 2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제법 사람들의 정신을 고양시킨 것 같아 마음이 흡족했다. 매우 딱딱하고 높은 지식이 나로 인하여 軟化되어 다른 사람에게 쉽게 흡수될 수만 있다면 나의 노력은 제법 가치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자만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을 받았다. 자신을 공학박사라고 소개한 그 분은 나보다 연배가 더 있어 보였다. 문득 그 분께서 장자 이야기를 꺼냈다. 장자 이야기는 나에게 전공과 비슷하여 무슨 답이든 해 주리라 마음먹었는데 이 분의 질문은 다소 핵심을 빗나가 있었다. 어쩌면 장자 이야기를 삶에 도움이 되는 고전으로 생각하시고 계시는 듯 했다. 그 분이 말씀한 것을 종합해보면 장자 이야기는 실용적이 아니냐 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장자는 그 실용을 가장 혐오한 당사자다. 많은 장자의 寓言과 重言들은 바로 이 실용을 격파하고자 하는 이야기인데 어찌하여 그 분께서는 그렇게 이해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장자 繕性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세속에 살면서 본성을 닦아서 학문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구하거나, 세속에 살면서 욕심에 골몰하면서 동시에 思慮를 통해 밝은 지혜를 이루기를 바라는 것을 일러 몽매한 백성이라고 한다.” 


또, 


“옛날 道를 잘 다스린 사람은 편안한 마음으로 지혜를 길렀고, 지혜가 생겨나더라도 그 지혜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 함이 없었으니, 이것을 일컬어 지혜를 가지고 편안한 마음을 기르는 것이라고 일컫는다. 이처럼 지혜와 편안한 마음이 서로 길러주면 和(인간 사회의 조화)와 理(인간 사회의 질서)는 본성 속에서 저절로 생겨난다.” 


장자의 논지가 항상 이와 같은데 뭔가를 현실에 적용하고 그것으로 이익을 구하려는 실용이 어찌 장자의 논리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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