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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18. 2018

주말 생각

2022학년도 대학 입학제도(현재 중 3 학생들이 대상임) 개편방안 및 고교 교육 혁신방향 발표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동시에 ‘공론화 결과 및 국가 교육회의 권고안 등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마련’이라는 부제를 달은 어제의 교육부 발표는 한 마디로 ‘꽝’이었다. 그 이유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서 만약 이 방향대로 시행한다면 학교 현장은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혼란만 가중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대한민국의 교원 수는 428,242명(교육 기본통계 참조)인데 기본 조건은 모두 대학 졸업자 이상이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직능 집단도 이 보다 더 높은 학력 수준을 가진 집단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매시간, 매일, 매달, 매년 이 땅의 미래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그 아이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와 그 아이들의 미래와 아이들의 삶을 염려하고 또 고민한다. 이 막강한 인프라를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70년 동안 무시하더니 지금의 정부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고교 교사인 나는 당장 내년 3월에 들어오는 지금의 중 3 아이들을 이 발표대로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 초 중등 교육법 제45조에 의하면 “고등학교는 중학교에서 받은 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 및 기초적인 전문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법 조문 어디에도 대학이라는 말은 없다. 오히려 전문교육이라는 용어로 미루어 보아 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 우리 사회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으로 법제화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어제의 발표는 고교 교육의 목적은 대입이다. 무슨 변명을 해도 발표문의 핵심은 대학을 위한 고교 교육일 뿐이다. 마치 고등학교가 거대한 수능학원이 된 듯하고 동시에 이 발표는 그 수능학원의 지침을 보는 듯하다. 


고등학교 교사는 물론이고 중학교 교사를 몇 년이라도 해 본 교사들은 지금의 고입과 대입제도가 얼마나 뒤틀려 있는 가를 잘 알게 된다. 정말 어디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조차 모를 만큼 제도와 내용이 뒤틀려있고 교육의 본질과 너무나 멀어져 있다. 정상화를 외치는 교육부의 공허한 외침이 벌써 수 십 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가 바뀌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제도는 더 틀어져 왔을 뿐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그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문제가 복잡해진데에는 가장 학교 교육을 고민하고 염려하는 각 단위 학교 교사들의 생각을 철저하게 무시한 것도 제법 큰 이유일 것이다. 물론 형식적으로 교사의 의견을 물어본다. 이를테면 교육 관련 법령이 개정될 때마다 관련 부서에서 각 학교로 공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을 갖추기는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교사도 그 공문에 성실하게 답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문제에 골몰할 만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방관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를 방관자로 만드는 정책에 있다. 교사에게 교육 현안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늘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을 강요하고, 또 학교 문제를 논의하는 교사들을 감시하며 법령을 앞세워 교사에게 특별히 더 보장되어할 사상의 자유와 토론의 자유를 제한한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전달된 공문에 답할 교사가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나마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질 공간으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전교조는(교총과는 출생의 원인이 다르다.) 이미 법외 노조로 만들어 놓고 이 정부는 아예 관심도 없다. 저 위대한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이 정부는 전교조 위원장이 단식으로 쓰러져도 일언반구 대응도 없다. 권력을 획득하는 순간 보수가 되고 마는 것인가! 이렇듯 철저하게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 정부는 문득 공론화 기구라는 것을 만들었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의 위원장은 전 대법관 출신 김영란 씨다. 그분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위키 백과에 소개된 그분의 약력 중 어디에도 초중고 교육기관에 근무한 경력은 보이지 않는다. 저 유명한 김영란 법을 만드신 법조인으로서 그분은 너무나 유명하고 대단하지만 초중고 교육의 단 한 자락도 경험해보지 않는 그분이 국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것은 뭔가 아쉽고 동시에 슬프다. 얼마나 인물이 없었으면 초중고 교육과는 일면식도 없는 인물이 초중고 교육과 가장 밀접한 대입제도 개편의 선봉에 서서 조정해야 할 위치에 있다는 말인가! 6명의 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장관 발표는 그 공론화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부제를 달고 있으니 교사들을 대하는 이 정부의 태도는 어떠한지 잘 알 수 있다.  


불행하게도 혁명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제 발표한 내용은 학교 현장에서 시행될 것인데 구석구석, 요소요소마다 문제 투성이다. 현장 교사로서 지금 교육부의 발표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이야기 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빠지는 일이다. 정말 인식의 차이가 너무나 멀고 크다. (그래도 분석해 보고 이야기해 보려 한다.)


사족: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시험지 유출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참으로 졸렬하다. 교육부의 발표는 이러하다 『성적 조작・시험지 유출 등 성적 관련 비위 관계자를 엄정 조치하고, 평가 단계별 보안 시스템 강화 등 단위학교의 성적 관리도 지속 강화하여 평가 결과의 신뢰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 평가관리 일원화, 출제 중 보안 대책 수립, 자녀 재학 학교 근무의 원칙적 배제 및 자녀 재학 학교 교직원의 학생평가 관련 업무 배제 등 세부 보안 지침 마련, 학교 내 별도 평가관리실 설치, 시도교육청별 여건을 감안한 CCTV 설치 등 추진』 아! 관료제여!!! 만약 지역에서 사립고등학교 하나뿐이고 거기서 교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어찌해야 하나? 정부에서 다른 곳으로 진학시켜주고 기타 대책도 책임지나? 또 학생평가 업무는 근본적으로 교사 본연의 업무다. 평가하지 않는 교사가 어디 있는가? 교육부는 그걸 모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문제를 빼낸 사람은 관리감독권이 있는 사람들인데 모든 교사들을 겁박한다. 동시에 CCTV 등의 물리적 기구 사용을 대책으로 내놓는다. 마음만 먹으면 CCTV가 문제일까? 원인은 다른데 있다. 고등학교를 대입학원으로 만든 정치권력의 책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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