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뿌옇더니 밤이 되면서 하늘이 조금 맑아졌다. 그래도 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이래 저래 별자리를 볼 수 없다. 밤이 너무 밝고, 미세먼지와 연무가 우리의 별자리 관찰을 막는다. 하지만 별은 여전히 빛나고 있고, 우리는 그 별들과 함께 우리의 삶을 유지한다. 하기야 우리가 알 수 없는 별 빛이 먼 먼 우주에서 우리에게 미처 와 닿기도 전에 우리의 삶은 스러지고 말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북반구에 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별 중에 제일 밝은 빛을 내는 별은 단연 시리우스라는 별자리다. 정확한 명칭은 큰 개자리 α별이며 동양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부른다. 즉, 늑대의 눈처럼 밝은 별이라는 의미다. 토끼자리가 바로 밑에 있고 서쪽으로 조금만 시선을 이동하면 플레아데스 성단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 시리우스는 눈으로 보면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개의 별이 합쳐져(쌍성계) 빛나고 있다. 별은 지구로부터 8.6광년 떨어져 있다. 언뜻 가까운 거리로 보이지만 사실은 무한의 거리이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간다면 3천9백만 년 정도 걸리는 먼 거리에 있다. 이 별은 아주 밝았기 때문에 오래된 이야기, 즉 신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이집트에서는 이 별이 지평선으로 보이는 날부터 나일의 장마가 시작되어 이 별을 이집트의 암흑의 여신 이시스의 별로 보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좀 더 재미난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녀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로마 명 : 다이애나)는 처녀의 신으로 거의 남성 혐오증 환자였다. 쌍둥이 남자 형제인 호색한 아폴론과는 전혀 딴 판이었던 이 여신이 어느 날 사냥터에서 나체로 목욕 중이었는데 하필 이 곳을 지나던 사냥꾼 악타에온이 이 비밀스러운 광경을 보고 만다. 남성 혐오증 환자였던 아르테미스는 악타에온을 곧장 사슴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그 악타에온이 변해서 된 사슴은 악타에온 스스로 잘 조련해 놓은 사냥개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 죽게 된다. 이를 보던 제우스는 악타에온의 개들을 별자리로 만들었다 한다.(또는 오리온의 개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악타에온 이야기를 모티브로 근대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인식론에서 악타에온 콤플렉스(절시증 <窃視症>, Scopophilia – 프로이트의 이론에 기초함.)를 이야기한다. 사르트르가 말하는 악타에온 콤플렉스는 “자연의 베일을 벗기고 드러내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모든 진리 탐구의 기본은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서양 사고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그리 별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악타에온 콤플렉스를 풀이하는 사르트르에 의하면 여인의 나체에는 진리라는 관념이 포함되어있다. “악타에온이 목욕하는 아르테미스 여신을 보다 잘 보기 위해 나뭇가지를 옆으로 치우듯이 우리는 진리탐구를 가리는 장애물을 치움으로 나체를 드러낸다 “ 사르트르의 비유에서 보듯이 인식론적 원칙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양 인식론을 통틀어 남성적인 것이었다. 반면에 시선의 대상, 즉 벌거벗겨지고 드러내어지는 것은 항상 여성으로 비유되었다. 뭔가 좀 찜찜하다. 성적 도착증의 일종인 관음증(Voyeurism)도 이 범주 안에 있다.
여전히 밤 하늘에 시리우스는 빛나고 있을 것인데, 나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