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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an 14. 2019

Discrimination & Difference

영화 '그린북' 후기

두 명의 주인공

영화의 내용이 일부 있음.


Discrimination & Difference


두 단어는 비슷한 어근(Dis~, 떨어지다. 분리하다.)을 가진다. 차별과 차이의 의미가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러나 차별을 당하는 처지에서 차별은 뼈아프다. 사실은 차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다양성이라는 개념으로 포용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차별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자의 차(差) 자는 수직(垂 - 수)으로 내려온 것이 왼쪽(左 - 좌)으로 치우쳐 버린 것을 나타내는 회의 문자다. 이를테면 위에서 시작할 당시에는 똑같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한 편으로 치우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글자만으로는 가치문제를 생각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14~5세기까지는 그래도 아프리카는 평화로운 땅이었다. 그 어떤 외부의 세력들도 아프리카 깊숙하게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항해술의 발달로 아프리카 여기저기에 정박하여 밀림 속 이곳저곳을 누비던 포르투갈 사람들로부터 시작하여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자기네들 땅으로 분할하면서 아프리카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 땅 위에 살았던 검은 피부의 사람들은 유럽인들에게 상품처럼 팔려나갔고 그것이 인류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비극의 역사인 흑인 노예의 시작이었다.


유색 인종에 대한 최초의 편견은 백인들의 것이었다. 그들은 그 편견을 체계화하고 세뇌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여 마침내 전 인류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유색인종 조차도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크레파스의 살색(이제는 연한 살구색으로 바뀐)을 우리는 초, 중등학교 내내 그렇게 불렀다.(4~50대 이상) 심지어 우리의 피부색을 그 색으로 칠하면서 백인들의 피부색을 우리의 피부색과 같은 것으로 착각하게끔 만들었다. 


영화 “그린북”은 그러한 인종에 대한 편견을 실화에 기초를 두고 만든 영화다. 가벼운 코미디가 가미된 영화였지만 결코 주제는 가볍지 않다. 두 명의 주인공('토니 발레롱가' - '비고 모텐슨' 분, '돈 셜리' - '마허 샬라 알리' 분)이 보여주는 절묘한 조합은 보는 내내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특히 발레롱가 역을 맡은 ‘모텐슨’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그가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왕 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이었다. 엄청나게 체중을 불리고 영어 발음 끝 부분을 흘린다. 또 영화 내내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에게 보여준 그의 휴머니티는 감동 그 자체였다. 동시에 ‘돈 셜리’로 분한 ‘마허 샬라 알리’는 흑인 소년의 성장영화였던 ‘문 라이트(2016)’에서 보여준 어둡고 강렬한 이미지에서 지적이며 세련된 이미지로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을 보여준다. 흑인인 그의 단정하고 깔끔한 발음과 유려한 동작 등은 백인인 발레롱가의 그것과 대조되어 더욱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특히 '알리'가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는 실제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발레롱가의 편지를 도와주는 셜리

미국의 흑백 차별 정책은 '버락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있다. 지금의 대통령 '트럼프'는 아예 흑백차별을 언급하기도 한다. 오랜 흑인 인권 운동가들이 목숨으로 확장해 온 흑인 인권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물며 이 영화는 배경은 1962년 미국 남부로서 더 말할 필요도 없이 흑백차별의 땅이었다. 그 차별의 땅을 흑인 피아노 연주자 돈 셜리와 그의 운전기사로 고용된 백인 발레롱가가 수개월 동안 연주 여행을 다닌 기록이 바로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부자 백인과 가난한 흑인의 유대를 보여 준 2011년 프랑스 영화 ‘언터쳐블’ 역시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그 영화보다는 ‘그린 북’의 내용이 더욱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언터쳐블’이 주인공 두 명의 지극히 개인적인 차이와 사소한 차별을 극복한 것이라면 ‘그린북’은 주인공 두 명이 마주한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가 주는 차이와 차별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두 흑백 남자의 우정이 영화화될 만큼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1960년대 미국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흑백차별의 사회였던가를 반증하고 있다.   


사족  

1. 미국 남부의 흑백 차별에 대한 영화 ‘헬프(2011)’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옥타비아 스펜스(미니 잭슨 역)’는 이 영화를 공동 기획하였다.


2. 그린북은 흑인 전용 미국 남부 여행 가이드 책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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