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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02. 2019

내 생각의 대한 짧은 관찰

하루 종일 여러 생각이 내 생각의 공간에서 약간의 공간과 시간의 차이를 두고 교차한다. 내 생각의 공간이래야 어쩌면 겨우 한 뼘 정도이겠지만, 그 한 뼘 안에서도 이렇게 많은 생각의 타래들이 서로 얽히지 않고 약간의 틈새를 두고 교차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사고 작용이란 얼마나 정교한 장치란 말인가!


계절 감각의 기초로 하여 파생되는 자연에 대한 관찰과, 그것으로부터 일어나는 나의 내부적 감흥은 분명 매 시간, 매일 차이를 두고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아침으로부터 오후에 이르는 감정의 갈래는 빛과 어둠의 분화처럼 분명하거나 혹은 모호하다. 


또 각 사건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나의 공간 저쪽 편에서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 일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갈래 혹은 수십 갈래로 분화하지만 쉽게 서로를 침범하지는 않는다. 이렇듯 놀라운 공간의 주인이지만 가끔은 내가 정말 이 공간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버릴 수 없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마침내 내 생각이 도달한 곳은, 언제나 그 과정에서 지향했던 결과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불교적 인식(유식불교)의 용어를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인간의 생각에는 분명 重層構造가 존재하며 그 중층구조의 경계에는 다시 또 다른 생각으로 연결되는 단초가 마련되어 重重無盡의 번뇌로 퍼져가는 것이다.


하여,


모든 일에 나의 관념이 작용하고, 그 관념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 새로운 관념을 창조해내는 이 미세하고 정교한 세계와, 그것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나 아닌 광대무변의 또 다른 무한 세계가 나의 생각 속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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