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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an 19. 2019

점치는 세상

점치는 세상


『장자』 제7편 응제왕 제5장 ‘열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열자’는 ‘정나라’ 사람이다. 도가 사상가로서 『장자』 列禦寇(열어구)편에 ‘열어구’가 바로 그다. 젊은 시절 ‘계함’이라는 무당의 꼬임에 넘어가 스승 ‘호자’를 의심하였다. 그 일이 있은 뒤 크게 후회한 '열자'는 스스로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고향으로 돌아가 삼 년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고, 자기 아내를 위해 밥을 지었으며, 가축을 먹이되 사람에게 먹이듯 하였으며, 동네 사람들과 지냄에 있어 너무 친근하지도 그리고 너무 소원하지도 않았다. 人爲(인위)를 없애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되어 아무런 감정 없이 만물과 뒤섞였다. 이런 태도를 지키면서 일생을 마쳤다.


매년 정초가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떨칠 목적으로 한 해 운세를 본다. 2019년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이런 현상은 크게 탓할 바가 아니다. 일상이 불안한 민중은 무엇으로든 위로를 삼고 싶은 것이다. 지배권력은 저들의 목적을 위해 불안을 이용하지만 민중들은 알 턱이 없다. 다만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불안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을 뿐이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다수의 우리는 단 1초 앞도 예견할 수 없다. 하물며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미리 내다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토정비결을 쓰신 이지함 선생조차도 자신이 쓴 책은 일반적인 경계, 즉 생활에서 조심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기록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물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는 여름철이고, 불을 조심해야 할 시기는 겨울과 봄철인 것과 같다. 그 나머지 모든 예견은 거의 詐術(사술)에 가깝다. 특히나 신을 끌어들이고 조상을 끌어들이는 것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 


다시 열자로 돌아가 보자. 그가 계함이라는 무당에게 속은 이유를 스승 호자는 이렇게 말한다. 열자 너는 “도의 껍데기를 가지고 세상과 겨루어서 세상 사람들의 믿음을 얻으려 했다.”라고 이야기한다. 즉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가지려는 욕망,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한 욕망이 열자에게 있었기 때문에 열자는 계함의 꼬임에 쉽게 넘어간 것이다. 


문득 나를 돌아본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내 것 이상의 것을 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매일 매 순간, 욕망은 샘처럼 솟아나니 마음의 평화는 너무 멀고, 꿈자리는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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