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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04. 2019

설 명절과 입춘, 그리고 세 개의 음악

남인의 대표적 논객이자 우두머리인 미수(眉叟, 눈썹이 늙은) 허목(許穆1595 ~ 1682)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써서 대문에 붙이는 입춘이 오늘이고, 음력설이 내일이다. 직장일로 내일 서울에서 내려오는 딸아이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멀리 충남에 있는 처가에 오늘 다녀왔다. 장인어른께서는 이제 80대 중반, 하지만 아직도 늠름하시다. 마음이 놓인다.  430km를 오가며 음악을 들었다. 그중 세 곡의 이야기다. 


1. 가에타노 도니체티(Domenico Gaetano Maria Donizetti, 1797~1848) -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도니체티는 법률가를 원하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가가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들은 자식들이 권력을 쥐거나 아니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자리에 앉길 원하는 모양이다.


그가 35세 때 작곡한 이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은 희가극이지만 나름 의미를 가지는 이야기도 있다. 그 오페라에서 주인공 농부 네모리노(Nemorino)가 엉터리 사랑의 묘약 때문에 다른 남자에게로 가버린 연인을 생각하며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도니체티는 불우한 말년을 보내다가 죽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이 아리아를 부른 사람들 중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를 넘어선 사람은 이전도 이후도 없을지 모른다. 20세기 초 위대한 테너 카루소가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지금 LP 속에서 가늘게 들릴 뿐이다. 이에 비해 우리 눈앞에서 살아 움직였던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리릭 코(Lirico) 테너로서 서정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풍부하며, 막힘없는 고음까지 듣는 이의 마음을 뻥 뚫리게 했다.


이 아리아는 푸치니가 작곡한 라보엠의 Che gelida manina (그대의 찬 손)이나 토스카의 E lucevan le stelle (별은 빛나건만)와 함께 파바로티 그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테너의 절정을 느끼게 해 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YOA0mxmSfsM


2.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 - Habanera - Carmen, Bizet 


비극적인 비제(Georges Bizet, 1838~1875)의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하바네라(Habanera)는 카르멘이 돈 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아리아이다. 스페인의 세빌리아 거리의 위병근무를 서고 있는 하사관 돈 호세는 지방 출신의 순진한 청년으로 고향에는 병든 어머니와 약혼녀가 있다. 


그런데 담배 공장에서 일하던 집시 여인 카르멘이 동료와 싸움을 해 감옥으로 가게 되고 호세가 그녀를 호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카르멘은 하바네라를 부르며 호세를 유혹했고, 유혹에 넘어간 호세는 고의로 그녀를 도망치게 하고 결국 그가 대신 감옥에 들어간다. 이 노래는 '사랑은 변덕스러운 새, 그 누구도 길들이지 못해.'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하바네라는 하바나(쿠바의 수도)풍으로라는 뜻이다.


비제는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다.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평생을 어렵게 살았다. 1875년 카르멘을 발표했지만 그해 그는 죽었다. 그가 죽고 난 뒤 카르멘은 명성을 얻었다. 예술가의 인생은 언제나 아이러니인가?


년대 표기에 B.C가 있다. Before Christ 즉, 예수 이전이라는 뜻이다. 아리아에도 B.C가 있다. Before Callas라는 뜻이다. 오페라 아리아에서 그녀의 존재감을 말해 준다. 소프라노 드라마티코(극적인 표현에 알맞은 것) 역사상 아직 그녀를 능가하는 그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엄청난 음역(알토 영역까지 내려오는)을 자랑하던 이 절정의 소프라노는 유명한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염문으로 짧은 전성기를 끝내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버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l_qhIigNQqo


3. Bette Midler - The Rose


베트 미들러(Bette Midler, 1945~)는 미국 출신의 싱어 송 라이터, 배우, 코미디언, 영화 제작자 및 기업가이다. 


30여 편 이상의 영화에도 출연한 그녀는 밑바닥 생활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유의 단단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가수로서도 굉장한 성과를 거둔 그녀의 대표적 노래가 바로 ‘The Rose’다. 1979년 개봉된 동명 영화의 O.S.T. 중의 하나이다. 


봄이 다가오지만 아직은 겨울,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그녀의 음성으로 ‘The Rose’를 듣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aXXqDWsCz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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