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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02. 2019

무외시, Halo

어머니와 장모님께서는 한 해에 돌아가셨다. 그 해가 2010년이니 이제 9년의 세월이 지났다. 어제 3월 1일은 장모님께서 돌아가신 날이다. 아내의 고향이 충남이고 지금도 거기 피붙이들이 다 산다. 처가는 모두 기독교 집안이라 예배로 제사를 대신한다. 충남 홍성에 있는 큰 처남 집에 가서 여전히 강건하신 장인어른과 여러 식구들과 만났다. 왕복 7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지만 생전에 사위를 생각해주시는 장모님 생각에 멀다는 생각 없이 다녀왔다. 올해 23살 먹은 막내 아이가 서울서 내려와 있던 터라 같이 갈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기독교 집안의 예배에 참여한 뒤 나는 생뚱맞게 예산에 있는 수덕사에 갔다. 경허선사께서 일으키신 선풍이 전해오는 수덕사는 행정구역 상으로는 예산에 있다. 얼마 전 문득 연락이 된 원혜 선사께서 잠시 머물고 계시는 곳이라 들렀더니 선사는 ‘동안거’ 중이라 만나지 않겠다 하셔서 하는 수 없이 경내를 한 바퀴 휘 두르고만 왔다. 선사와의 인연은 참 오래 전의 일이다. 문득 선사를 생각하니 무외시가 떠 오른다. 


무외시(無畏施)란 재시(財施), 법시(法施)와 함께 삼보시(三布施) 중의 하나다. 무외시는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보호해 두려운 마음을 없애 주는 것을 말한다. 무외시를 베푸는 자를 시무외자(施無畏者)다.


무외시는 소극적 관점에서 내가 주변 사람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않은 것이요, 적극적 관점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를 제거해 주는 것이다. 가진 것, 아는 것, 하나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무외시다. 얼굴 표정을 밝게 하는 것, 따뜻한 말 한마디, 칭찬 한 마디 등 남을 대할 때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훌륭한 무외시가 될 수 있다. 원혜 선사는 내 중학교 시절 내게 그런 분이셨다. 하지만 법을 지킴에 추상같으셔서 동안거 중이라 야속하게도 날 만나 주지 않으셨다.


무외시 하니 떠 오르는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비욘세의 ‘Halo’다. 


무외시의 존재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그 주위에서 마치 빛이 나는 것처럼 환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연인들에게 상대가 그렇게 보이고,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또 그 엄마에게 그 아이가 그렇게 느껴진다. 당연히 위대한 존재들에게도 그러한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후광(Halo)라고 부른다. 


미국 출신의 R&B 가수 비욘세 놀스는 처음 데스티니 차일드라는 그룹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2003년 첫 정규 앨범 Dangerously in Love를 발매하면서 솔로 데뷔를 했다. 그 뒤 연속해서 빅 히트곡을 양산했고, 세 번째 정규 앨범 ‘I Am...... Sasha Fierce’의 앨범 중에 ‘Halo’라는 빅 히트 넘버가 있다.


노래 가사는 사랑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Halo’를 사용하고 있어서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후광과 동양인들이 생각하는 후광에 약간의 차이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뭐 어떤가!


오가는 동안 나를 나의 귀를 위로해주었으니 바로 무외시의 존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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