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Apr 10. 2019

이미지에 대한 생각

1


사람들은 각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좋든 싫든 스스로 만들어가고 또 스스로를 한정하는 이 이미지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나이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시키는 이 이미지는 가끔씩 꾸며지기도 하고 또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끝내 본질을 숨기지는 못한다. 


규모가 큰 학교에 이동해 온 지 3년째, 학년실 단위로 생활하다 보니 같은 학년의 9~10명 선생님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 년을 보내게 된다. 그 일 년 동안 여러 교사들의 이미지와 마주하고 또 나의 이미지를 전달해 주게 된다.


2019년 올해, 같은 공간에서 만난 9명의 교사 중 한 분은 지난해에도 같이 근무한 교사여서 새로울 것이 없다. 나머지 일곱 분의 선생님들은 4월 초순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 조금씩 이미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결국 나의 관념 속에서 그분의 말투, 행동, 태도를 조합해내서 투사해 낸 것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나의 이미지 또한 그러하다고 생각하면 돌연 학교 생활이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2


오래전 지인을 만나면 참 반갑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두려워지기도 한다. 아무 전제 조건 없이 만났는데 예전의 그 사람의 이미지와 지금의 이미지가 많은 차이를 보일 때 내 마음에 일어나는 실망, 혹은 놀라움의 느낌이 그 사람에게 전해질까 두렵다. 반대로 나의 이미지가 그에게서 그렇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때로 어떤 특정 이미지에 다른 사람을 묶어두고 싶어 한다. 그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대인관계가 수월하고 동시에 스스로 편해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에게 그러하리라. 하지만 특정 이미지에만 묶어 둘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이미지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이와 함께, 살아온 날들과 함께,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과, 실천과, 생각과 함께 사람들의 이미지는 언제나 달라진다. 반대로 완전히 굳어지기도 한다.


나의 삶이 특정 이미지를 추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제각각 다르고, 그 다름이 곧 아름다움이며 그것을 인정하고 사는 것이 좋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누군가를 어디에 묶어두고 생각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로부터 달라진 이미지를 인정하지도 않는 편협함과 옹졸함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나의 모든 생각들이 조심스러워지는 밤이다. 

이전 21화 무외시, Hal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