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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3. 2019

공허함

공허함이란 무엇인가? 객관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상황을 나타내기도 하고, 또 그 상황에서 느끼는 매우 주관적 감정을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주관적 상황인식과 실제 아무것도 없는 객관적 상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공허함이란 전자의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상황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허함이라 쓰면서 그 의미 중에 ‘아무것도’라는 지극히 주관적 감정을 개입시켜 좀 더 상황을 확연하게 하려 한다. 


그러면 있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여기에는 인간의 소유욕 혹은 욕망이 작용하는데, 그 작용의 중심점에는 욕망이, 그리고 그 주위로 몇 가지 다양한 감각과 감정들로 위장한 우리의 소유욕이 욕망을 에워싸고 있다. 그래서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소유욕은 보이지 않고 그와 유사한 감각들만을 보게 되어 공허함이란 감정의 본질을 대단히 개괄적이고 평이한 감정인 것처럼 인식시켜, 자신의 욕망과 소유욕을 은폐하고 표면적으로는 대단히 객관적인  상황으로 완화시킨다. 이렇듯 표면의 위장이 심화되면 그 표면을 통해 파악되는 스스로의 감정조차 오인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내가 공허한 것은 내 욕심을 채울 수 있는 그 무엇이 없다는 뜻이요, 나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그 무엇 외에는 내게 아무런 가치가 없으므로 비록 여러 가지가 거기에 있다손 치더라도 늘 아무것도 없다고 표현한다. 사실 우리가 생존하고 있는 공간 어디에도 아무것도 없다는 상황이 가능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그렇게 자주 쓰고 또 그렇게 스스로 인식한다. 이 오류를 더듬어 내 표현을 바로잡고, 그 표현의 이면에 놓인 나의 욕망을 제어할 할 수 있는 능력을 본디 우리는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 하여 끊임없는 반성과 노력으로 스스로 길러야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느 순간 내가 내 욕망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 살아 단 한 번만 이라도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햇빛은 차별 없이 모든 것에 비추고 그것이 모든 것의 처음이며 끝이다. 거기에는 어떤 욕망도 어떤 공허함도 없다. 다만 완벽한 채움으로부터 오는 거대한 고요함이 있을 뿐이다. 


하여 꽃피고,

하여 푸르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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