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 심리의 작용.
사람들은 가끔 자신의 심리적 상황을 자신이 정해놓은 일정한 범위의 사람들에게 공개하곤 한다. 그러한 행동의 원인을 깊이 생각해보면 자신의 태도 혹은 의견을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나의 심리적 상황을 나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누군가 그것을 해석하고 수긍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나의 심리상태는 본능과 본능의 통제(교육, 윤리, 제도 등에 의해 억압된)가 교묘하게 뒤섞여있고 그 위에 환경적인 상황까지 덧씌워져 있으므로 그 줄기를 잡아 갈래 지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옛날부터 심리분석에 매달려 왔고 19세기에 이르러 서양에서는 프로이트, 융, 로저스, 에릭슨 등에 의해 의식에서부터 무의식에 걸친 인간 심리의 특징을 아주 일부이기는 하지만 파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존은 언제나 어렵고 위험한 과정의 연속이다. 외부의 위험과 어려움도 만만치 않지만 사실 내부의 어려움도 이에 못지않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적 갈등보다는 내적 갈등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는 경우를 더 자주 보고 듣게 된다. 생존의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종류의 자극을 내부에서 처리하지 못하여 생기는 정신적 고통은 누구라도 한 번은 경험해보는 일이다. 사실 자신에게 그러한 자극과 고통을 부여한 자신의 외부세계는 늘 그곳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는데 그것으로부터 갈등과 고통을 느꼈다면 그것은 확실히 본인의 심리적 상황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하여 우리는 늘 자신의 심리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매일 자면서 꾸는 꿈으로부터, 일상에서 느끼는 특이한 경험으로부터, 우연히 생기는 자연현상으로부터 자신과 관련된 조건을 탐색하고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고 믿는) 그것으로부터 내부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을 가하고 그리하여 생성된 결론에 스스로 종속되는 상황을 만들곤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결론은 대부분 외부의 현상과는 거의 관계없는 스스로의 심리적 토대 위에 만들어진다. 이것은 다시 외부와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복잡한 역학관계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에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심리적 작용의 결과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객관적인 사태에 대한 어떤 판단이 개입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인간은 추론(논리적 체계에 따르는)을 거쳐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가 배운 대로 한다면 이성적 추론이 선행하고 그 뒤에 직관이 따르는 것이 맞지만 늘 순서는 반대다. 직관이 먼저 나오고, 이성적 추론은 차후에 따라붙는다. 따라서 심리적 작용은 언제나 직관이 짜 맞춰놓은 틀에 적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오늘도 이 복잡하고 생경한 심리의 바다에 우리 모두는 표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