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학교와 나 14화

2021 지수중학교 졸업식

by 김준식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이야기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21년 지수중학교 졸업식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할 것 같은 년도를 살고 있는 기분은 참 묘하다. 더군다나 역사가 기록된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에 걸려 신음하는 시절이라 그 기괴스러움이 한층 더하다. 이 모든 것이 그 어떤 징후도 없이 어느 날 문득 다가왔고, 또 문득 사라질 것인데 그 사이 어딘가에 나의 삶의 공간이 위치하고 있다.


어김없이 새해가 왔고 또 시간은 항상 일정하게 흘러 오늘이 벌써 1월 12일이다. 요 며칠 겨울답게 기온이 낮아, 낮인데도 기온은 영하에 가깝다. 책상 위에 뜨거운 차가 금방 식을 만큼 실내 공기도 만만치 않다. 올해는 졸업식까지 모두 하고 방학을 하는 관계로 오늘 종업식과 졸업식을 동시에 했다. 졸업식인데 정작 아무도 올 수가 없다. 방역 지침상 하는 수 없는 일이지만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이번 졸업식의 의례는 거의 없애버렸다. 많은 날들 동안 우리는 의례를 소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의례는 의례일 뿐이다. 의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의례보다 더 소중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의례는 조금 간소하게 하자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전 교직원과 전교생이 모두 둘러앉아(물론 몇 명은 빠졌지만) 미리 써온 이야기를 읽었다. 졸업하는 아이들은 후배, 선생님, 친구들에게, 그리고 재학생들은 졸업생에게 아주 짧은 편지를 써서 읽었다. 더러는 감동적이고 또 더러는 아주 진부한 인사말이었지만 그 어떤 졸업식에서도 이렇게 서로 대화를 주고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졸업생들은 오히려 덤덤한데 선생님들은 간혹 눈물을 보이고 목이 메어 말씀을 잘 못하셨다.


교장이 되어 가장 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졸업식이었다. 나의 역할은 이런 형식의 졸업식을 구상하고, 계획에 따라 의자를 배열하고, 이야기를 꾸미고(아이들에게 철학 수업 시간에 편지를 쓰게 했다.) 또 각종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 손으로 만드는 졸업식이었다. 엄중한 학교 행사로서 졸업식이 아니라 3년 동안 고생하신 선생님들이 오늘은 미리 꾸며진 자리에 앉아, 그 어떤 의례의 준비도 없이 다만 존중받으며(이런저런 의례와 시상 준비에 어떤 학교든 졸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은 항상 괴롭고 힘들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졸업식을 나는 오랫동안 꿈꾸어 왔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어야 추억이 남는다. 그걸 또 내가 하니 모든 것이 평안한 졸업식이다.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선생님들도 평소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졸업식에 임했을 것이다. 그걸로 좋다. 사진 작업을 끝내고 카톡에 올려드리니 다들 고맙다고 답한다. 오늘 나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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