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출, 퇴근길에 멀리 보이던 현수막을 지난 금요일에는 가까이 가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고등학교 교사를 떠난 지 1년 반, 이제 이런 것을 가까이서 볼 일이 없다 싶었는데......
해마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지방 출신 고등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렇게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것은 한편으로 자랑거리일 수 있다. 그렇게 선망하던 대학에 합격을 했으니 마을에서든 학교에서든 아니면 집안에서든 현수막을 달아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실소가 나오는 것인가? 거창한 무슨 주의나 또 가치를 들먹이며 이런 일의 근본을 들춰내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런 일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과 이로부터 발생될 수 있는 일이 조금 걱정이기는 하다.
20세기 대한민국의 지도층을 이루는 사람들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이 대학 출신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서울대학교 입학은 이 나라에서 성공과 권력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20세기 대한민국을 망친 사람들도 이들 중에 있다. 제법 똑똑한 머리와 재주로 나라를 흔들면서 영악하게 자신의 영달과 이익을 챙긴 사람들 중 다수 비율이 이 대학 출신들이다. 초중고 시절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마침내 이 대학을 졸업하고 그 재주와 그들만의 인맥으로 권력자의 그늘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 정작 권력자는 바뀌어도 자신들의 자리와 영역을 유지하는 그들. 그 바탕에는 명석한 두뇌와 탁월한 처세의 기술이 있으리라.
지금 저 현수막에 걸려 있는 인물들은 몇 해 지나 고급 공무원 시험에 통과했다는 현수막에 다시 등장하고 마을과 학교와 집안의 광영이 될 것이다. 그들이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지 잘 모르지만 이 나라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 그들 중에 아직까지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인물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 같다.
현수막을 보며 쓸데없는 생각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