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이 산업 역군을 길러 내는 것을 목표로 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바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던 7~80년대의 이야기다. 제조업 중심의 숙련 노동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그 시절, 학교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숙련된 산업 역군을 양산했다. 그것이 국가 교육 목표이기도 했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도 연결되었기에 학교는 그러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
문제는 현재의 학교 교육과정에도 이 시기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현행 2015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 수립 후 열한 번째 교육과정인 2022 교육과정도 이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2022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가 주요한 내용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의 책무를 생각해보자. 2021년 지금, 학교교육의 목표가 이전 시기의 산업 역군을 길러낸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현행 교육과정의 ‘창의 융합형’ 인재란 다양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적합한 방향과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이야기한다. 즉 과학적, 인문적 지식을 융합하여 매우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것이 현행 교육과정의 목표이다. 이것은 기존의 구조화된 산업사회를 벗어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4차 산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4차 산업은 더 이상 생소한 말은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매우 새롭고 다양한 삶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데 최소한 동의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른들이 예상하고 있는 4차 산업의 틀에 맞추어 교육한다는 것은 마치 7~80년대 산업 역군을 길러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창의와 융합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고정된 틀에 맞춘 교육 방향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4차 산업은 매우 창의적이고 융복합의 산업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4차 산업의 핵심 인물로 성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4차 산업은 7~80년대를 통과하며 굳어진 어른들의 머릿속에 있는 존재하는 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다양하고 충분한 기회와 터전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창의적이고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다른 외부 요인 때문에 아이들의 성장이 방해되는 것이다. 일부 교육전문가를 자처하는 인물들이 틈만 나면 이야기하는 4차 산업에 따른 학교 교육과정의 대응 요구는, 아이들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틀로만 공부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는 사람들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교육의 방향은 오히려 창의와 융합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다. 창의와 융합은 분명 기존의 틀을 깨는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하여 이런 생각을 해 본다. 학교교육은 언제까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야 할 것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학교교육은 이제 사회 변화의 추종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독립적인 방향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교육의 방향이 곧 미래의 비전이 되고 그것으로부터 사회의 변화가 모색되는 새로운 세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