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나의 경우이겠지만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 입학식의 구체적인 기억은 거의 없다. 그저 긴장과 어수선함의 기억만이 희미하게 조각조각 남아 있다. 아마도 세월이 많이 지나서 일 수도 있다. 교사가 되어서도 거의 똑같은 입학식을 30년 넘게 치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판에 밖인 입학의 형식을 바꾸고 싶었다.
2020년, 교장이 되고 첫 입학식을 바꿀 기회가 있었으나 코로나가 그 기회를 빼앗아 갔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 2021년을 기다리기로 했다. 올해 입학식을 앞두고 2월 내내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을 했다. 새로움은 늘 여러 가지 걱정을 동반한다. 과감하게 줄이고 또 줄였다.
그리하여 이름을 ‘이해와 친교의 입학식’이라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입학식은 입학의 환영이나 기쁨보다는 학교의 공식적인 ‘의례’에 가까웠다. 물론 이 형식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입학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래서 입학식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이 학교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2, 3학년 학생, 교사, 행정실 직원, 공무 직원 모두 포함)과 신입생이 서로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
1. 준비 및 순서
- 준비물: 탁자, 의자 (서로 마주 보게 구성)
- 신입생 목에 거는 이름표
- '재학생 환영 말'과 '신입생 다짐 말' 파일 준비
- 선물포장(학용품)
- 장학금은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적절하게 전달
2. 순서
- 소개하기: 재학생이 먼저 3학년 2학년 순으로 소개하고, 그다음으로 교사(직책과 무관하게 앉은 순서대로 자신의 직책과 이름을 소개) 및 행정실 공무 직원 모두가 순서 없이 자신을 소개한다.
- 신입생 소개하기: 오늘 직접 해 보니 너무 부끄러워한다. 아직 중학교 1학년이 아니라 초등학생 느낌이 있 다.
- 재학생 환영 말: 3학년 대표가 아주 잘 읽어 주었다.
- 신입생 다짐 말: 미리 써 놓은 다짐 말 빈칸에 각자가 이름을 적어 넣고 모든 입학생이 한 명 한 명 읽었다. 일인이 하는 대표 선서와는 다른 느낌이다.
- 선물: 간단한 학용품 전달
- 단체 사진 촬영: 교장인 내가 촬영함.
신입생들은 많이 부끄러워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생소한 환경과 분위기여서 그럴 것이다. 신입생 다짐 말을 읽는데 자꾸만 지수중학교를 지수초등학교라고 읽는다. 자신들도 그것이 부끄러운지 킥킥거리며 다짐 말을 읽는다.
의식과 의례에서 실질적인 친교와 이해의 장이 되도록 내년에는 행사의 준비와 내용을 더욱 가다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