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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고신입 Jul 31. 2021

좋은 습관 만들기

불굴의 의지 없이도 목표 달성하기

나는 의지가 강한 편이 아니다.

그래서 매년 2월 정도가 되면 한 달 전에 세웠던 야심찬 새해 목표를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곤 했다. 처음엔 무척 멋쩍었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그마저도 무감각해지더라.


그러던 중 우연히 목표 달성 방법론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뭔가에 이끌리듯 다른 관련 영상들도 연이어 시청했다. 그것이 '습관 만들기'의 시작이었다.


아래는 요 몇 년 사이 만들어낸 다양한 습관들을 나열한 것이다.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영어로 된 자기 계발, 투자 관련 인터뷰나 강의를 듣는다. 이렇게 한지는 만 3년 조금 더 된 것 같다. 영어 듣기에 워낙 약했기에 10%도 안 들렸던 것이 이제 대충 50%는 들리는 것 같다. 강의 내용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퇴근 직후나 주말 아침 양치 직후 책을 읽는다.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1년에 약 30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 같다. 1년 전부터는 독서 직전 명상을 하기도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산책을 한다. 유독 바쁜 날에도 잠깐 산책할 시간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1년 정도 됐다.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든 메모장 어플에 적는다. 1년 6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 보니 277개의 메모가 저장되어 있다. 카테고리로는 2021년 계획 및 스케줄, 정신과 마음 관리, 에세이, 오늘 3가지 감사했던 일, 일, 재무, 아이디어, 영화 리뷰 등이 있다.


-온라인 쇼핑 시 필수품이 아니라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최소 하루 더 생각한다. 이 습관으로 인해 불필요한 소비의 95% 이상은 필터링되는 것 같다. 약 2년 정도 하고 있는데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500만 원 이상은 아낀 것 같다. 소비와 소유를 통해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욕구도 거의 없어졌다. 


-소비 후에는 가계부 어플을 확인한다. 카드 결제 시 앱 자동 등록 기능이 있지만 가끔 소비 항목을 교정해줘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2년 정도 됐다.


-기타 등등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은 리스트지만 정작 나는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행동이든 습관으로 자리 잡기만 하면 그 이후로는 해당 행동을 위한 특별한 정신적 노력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에는 우리의 현재가 너무 아까우니 과정 자체를 무난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스스로 설정한 다양한 목표들은 위 습관들 덕에 평균 80% 이상 달성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습관들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스탠포드의 행동과학자 BJ Fogg는 그의 저서 '작은 습관(Tiny habits)'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는 작은 습관을 통해 목표한 바를 이루는 방법론에 대해 소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지란 원래 나약하고 금방 사그라들기 마련인데 이를 기반으로 계획하고 행동하려 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인 것이다. 새해 다짐을 하는 순간의 마음과 한 달 후의 그것이 전혀 딴판인 것은 결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목표를 세울 때는 단기적으로나마 의지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단한 의지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새해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정도 딱 그 정도만 있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부터다.


목표를 세웠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을 가능한 작고 이행하기 쉬운 단위로 만든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살을 10kg 뺀다는 목표를 잡았으면 이를 위한 조깅 시간을 1일 30분으로 계획하지 말고 조깅화를 신는 것으로 설정하라는 말이다. 이 세상에 조깅화를 신는 것보다 쉬운 일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깅화를 언제 신느냐도 중요한데 이미 습관으로 자리 잡은 행동 또는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의 '직후에' 배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양치 직후, 퇴근 직후, 고양이 먹이 주고 난 직후 물 한잔 직후 등이 될 수 있다. 일단 조깅화를 신으면 5분이라도 뛸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5분 뛰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은 아예 안 뛰던 사람보다 10분, 30분 뛰게 될 확률이 훨씬 높다. 이는 늘 하던 행동과 새로운 행동을 모듈화 하여 새로운 행동이 보다 쉽게 습관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습관에 따라 사는 것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소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일주일, 한 달, 일 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대개는 만족스러운 시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가끔은 습관적 행동들을 모두 내려놓고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등 기억에 남을만한 모멘트들을 끼워 넣는데 다소 평이한 일상 중 저지르는 소소한 일탈이 더욱 생생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


목표 설정이나 습관 만들기의 궁극적인 목적 역시 우리 삶을 더욱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으로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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