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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공유 Nov 16. 2019

알고보면 다들 비슷해

‘아, 이사람이 나랑 정서 주파수가 비슷하구나’를 느낄때 코가 시큰해진다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상대랑 같은 감정을 문득 느끼며 코가 시큰해질 때, ‘아 이사람이 나랑 정서 주파수가 비슷하구나’를 발견할 때. 감격스러운 기분 마저 든다.

  소울 메이트를 만난건가 싶어 짐짓 기대하게 되고, 분명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축적 해 놓은 것을 뒤져 보아도, 머릿속에서는 ‘위험, 극 호감을 느끼고 있음’ 이라고 워링벨이 울리는데, 그와 다르게 마음은 자꾸 기대하게 되고, 다시 돌아서는 이런 과정들을 반복 할 때, 결국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이해하는건 역시 나 뿐이구나를 한번 더 느끼곤 한다.

  

  가끔은 누군가의 ‘유일한’이 되고 싶다. 밀도 높은 만남을 늘리고 싶은거다. 나이가 들수록 그게 쉬운가? 대부분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라 애써 만들어낸 약속도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취소되어지기를 여러번.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만남들이 밀도가 높아 지기는 꽤 어렵다.

  거기에 덧해서 나는  누군가에게 손을 먼저 건네는게 망설여지는, 놀이터에서 여러 엄마들이 뭉쳐 앉아 있는 것을 불편해 하는 주로 혼자 있는 사람이다. 여자 많은 직장을 다니면서 인간관계의 데이터가 다량 쌓여온 사람이기도 하다. 그 데이터가 투영하다면 좋을텐데 그중 어떤 것들은 끈끈하고 딱지 진 부분도 있어서 누군가와 친밀감 지수가 올라가려 할때 두둥 떠오르는 마음을 끌어 내린다. 다 잡는 것이다.


  진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한걸음 물러나기만 하니 '유일한'을 나눌 사람은 점점 줄어간다.  카톡이 쉬지 않고 울리던 때에서 결혼으로 한번 인연들이 정리되고, 시골에 내려와 육아를 하며 또 카톡이 현저히 줄었다. 언젠가 핸드폰을 두고 나갔던 날, 종일 불안한 마음과 다르게 반갑게 들어 올린 휴대폰 액정 속 미동 없는 바탕화면을 보고 외로움이 확 몰려왔다. ‘점점 찾아주는 곳이 줄어드는구나.’  

    

  팔로워 수가 몇백 명이고 이성한테 인기 많은 회사 선배가 있었다. 늘 그의 SNS는 좋은 음식과 술, 새로운 장소들로 채워졌다. ‘이런 삶도 있구나’ 라며 바라보다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막상 불금에 연락 오는 곳이 없어”라고.  엄살 부리지 말라며 눈을 흘겼지만 그 말을 듣고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일행 중 몇과 친숙해졌고, 헤어지는 날짜가 다가오자 아쉬움이 커졌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동안은 마음에 담겨 그리워지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점점 일상으로 돌아갔다. 단톡방 대화도 잦아들었다. 얼마전 몇개월째 잠잠한 단톡방을 나왔다. 휘발되는 관계, 사람들은 어찌 저리 쿨할까.

  나만 이리 질척대는가 싶다가 주변 사람들한테나 잘하자 싶어 그간 못했던 연락을 하면, 대부분 같은 대답이다. ‘보고 싶다.’ 고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한 번쯤 뒤돌아 봤을 때 묵묵히 손 흔들어주는 지인들에게 나 또한 자리를 지켜줘야지. 새콤해 침이 고이는 관계에서 입에 넣으면 입도 속도 편한 담백한 곰국 같은 관계에 시간을 쏟게 된다. 철이 너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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