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머리부터 어깨까지 딱딱하게 굳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밥맛이 없고 명치 쪽이 꽁- 하게 아파온다.
미술강사가 된 걸 후회하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건 즐겁지만 직업의 대우는 이름만 번지르르한 프리랜서. 프리랜서라고 읽고 비정규직보다 못한 대우라고 쓴다. 원장님은 어제 프랜차이즈 본사 교육이 있다며 학원에 늦게 출근하신다고 하셨다. 그러니 또 원장님 담당 학생들을 이어받아 수업해야 했다. 한 타임 당 수업 인원이 4명으로 정해져 있는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7명이 함께 수업에 들어왔다. 책상은 좁고 거리두기 따위는 이미 잊은 채로 수업을 했다. 아이들도 “선생님 오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아요?” 하더라.
5시에 도착한다던 원장님은 차가 막힌다는 말로 아이들을 또 나에게 넘기셨다. 학원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이들은 미쳐 날뛰고 그럴 땐 꼭 한 명이 피를 본다. 게다가 그 시간에 학원비 결제하는 부모님도 합세한다. 정말이지 욕이 저절로 나온다. 하 시발! 기존 선생님 5명으로 끌어가는 학원을 어제는 2명이 이끌어갔다. 두 명이 피똥 싸는 꼴 모르고 안 오시는 건 아닐 테고?
그럼에도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오늘 선생님이 바쁜 이유를 설명해주고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주기 어려우니, 우리 친구들이 어려운 것도 그려보라고 말해주었다. 수업은 순조롭게 잘 진행됐다. 매번 수업은 어렵지 않지만 그것 말고 잡다한 문제들이 나를 흔들어 놓는다. 어떤 학생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선생님. 엄청 힘들겠다.” 어린애 눈에는 잡다한 문제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의 노고는 느껴지나 보다.
탈탈 털린 하루를 보내고 원장님께 퇴직금에 대해 여쭤봤다. 법적 퇴직금 기준으로 지금 퇴사할 경우, 내가 받아야 할 퇴직금 액수와 원장님도 내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퇴직금에 대해서 생각하고 계시는지 여쭤봤다. 답장을 보고 묵직했던 뒷목은 딱딱한 돌덩이로 변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학원 선생님들이 받는 기준에 맞춰 주겠다는 원장님. 내가 일한 3년 3개월치에서, 결국 1년 치만 지급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본사 핑계 삼아 이야기하신다. 본사 팀장과 이야기 나누고 오늘까지 답을 주시겠다고 했으니 기다린다. 답을 주시는대로 나는 결정하기로 했다. 법정퇴직금 기준으로 주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생각이다. 그전에 미리 좋게 이야기해서 합의를 보면 좋겠지만,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퇴직이 앞 당겨질 수도 있겠다.
어제 속상한 마음에 다원이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원이는 보고 있더니, 함께 따라 울지 않고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괜찮아, 엄마.” 한다. 그리고 나에게 “엄마. 밥맛없어도 이것 좀 먹어봐” 하며 밥을 떠 먹여줬다. 다원이는 나에게 한없이 크구나.
그래 괜찮다. 오늘은 고용노동부에 전화를 하고, 미술학원 프랜차이즈 본사에 전화를 걸어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