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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틈

맥락적 사고; 맥락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려면

존재하는 ’ 맥락‘ vs 새롭게 만들어지는 ‘맥락’ 간의 생각의 틈

저맥락(Low-context)과 고맥락(High-context) 무엇이 중요한가?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T.Hall)은 의사소통 이론을 통해서 고맥락(High-context) 문화와 저맥락(Low-context) 문화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맥락 문화는 같은 문화권 내에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많고 비언어적이고 상황 중심적인 메시지의 비중이 높습니다. 반면 저맥락 문화는 모든 전달되어야 할 메시지들이 언어 또는 서면으로 확실히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에드워드 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고맥락 문화는 한국, 일본, 중국, 아랍, 남유럽 및 라틴아메리카에서 강하고 저맥락 문화는 미국, 독일, 영국, 네덜란드에서 강하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KT 올레브랜드 광고 속 ‘짜장면 편‘은 우리 사회 고맥락 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광고 내용은 어느 회사 점심시간 장면을 보여줍니다. 먼저 부장이 "마음대로 시키라"면서 가장 저렴한 짜장면을 고르자, 직원들도 눈치껏 따라 하는 모습입니다. 한국은 이처럼 '눈치껏 행동하라'는 고맥락 문화가 지배적입니다. 반면 저맥락 문화에서는 규정 내에서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합니다.

KT올레광고_짜장면편.jpg KT 올레 광고 '자장면'편 (출처 : https://blog.naver.com/paranzui/50079662074)

그렇다면 고맥락 문화가 열등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피카소의 큐비즘은 오히려 서양 미술의 선형원근법(다양한 해석을 줄이고자 객관화한 저맥락적 접근)을 다시 고맥락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입니다.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저맥락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고맥락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는 '생각의 틈'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존재하는 '맥락'의 고정화를 벗어나라


맥락에 대한 다른 측면은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지배적 맥락'과 시대 변화로 '새롭게 형성되는 맥락' 간의 균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입니다. 기존 맥락은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법/제도, 문화, 가치관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확립된 교육제도, 민주주의, 법률체계와 함께 도시화, 대량생산, 소비문화, 여성의 사회참여는 새로운 사회적 프레임이 되었습니다. 이는 농촌사회와는 확연히 다른 맥락을 형성했습니다.


새로움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과거 맥락을 무시하고 새로운 것에만 집중해야 할까요? 오히려 선택의 문제에 고민하기 보다 맥락이 고정화되면서 발생하는 사고의 프레임화를 경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각의 틈을 넓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맥락이 고정화되면서 발생하는 사고의 프레임화를 경계해야 합니다.

산업혁명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가능케 했으나, 현재 특정 직업에서 남성은 리더십 역할, 여성은 보조적 역할을 맡는 암묵적 사회적 맥락은 당초 기대와는 다른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며 맥락은 본래의 의도와 멀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맥락을 재정의하려면 반드시 그 본질적 의미와 목적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기존 맥락이 프레임화 되었다면,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아무리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도 예측 가능한 결과만 얻게 됩니다. 따라서 피상적 접근이 아닌 심층적 탐구를 통해 맥락의 원점을 찾아, 본래 의도와 현재 해석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진정한 맥락적 사고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맥락적 사고 적용 사례 : 출퇴근이 주는 진짜 의미


출퇴근 개념은 근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이전 시대에는 대부분이 농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했기에 출퇴근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출퇴근의 역사적 맥락을 추적해 보면 점심식사 문화, 교통수단 발전, 휴가제도, 광고산업까지 모두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과거 맥락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때 드러나는 새로운 연결고리의 효과입니다. 출퇴근의 핵심 본질은 일터와 주거공간의 분리라는 맥락에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을 출퇴근이라는 맥락과 연결해 맥락적 사고를 적용하면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합니다. 자율주행차의 유망 수익 모델로 'In-car Entertainment' 시장이 주목받는 현상은, 기존 출퇴근 시간에 직장인들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웹툰과 모바일 게임을 소비하면서 이들 산업이 폭발적 성장을 이룬 배경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처럼 맥락적 사고는 기존 현상과 새로운 기술 간의 의미 있는 관계를 발견하게 해 줍니다.


출퇴근 역사.png 출퇴근 맥락적 사고

에드워드 홀이 정의한 고맥락과 저맥락 문화의 구분처럼, 우리 사회의 모든 현상은 특정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맥락이 고정화되면 사고의 프레임화로 이어져 창의적 사고를 제한하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보면서 맥락의 본질적 의미와 목적을 파악해야 합니다. 최초의 의미와 현재 프레임화 된 개념 사이에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하는 통찰력이 바로 생각의 틈을 넓히는 열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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