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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적 사고: 개인 내러티브 창조

어떠한 컨텍스트에서 내러티브를 창조할 것인가?

by 콘텐츠 큐레이터 ONE Mar 24. 2025

모든 맥락적 사고의 중심은 바로 '' 자신입니다. '나' 자신은 맥락 속에 존재하는 동시에 맥락을 창조하는 이중적 위치에 있습니다. 내가 어떠한 맥락하에 있는가에 따라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나는 맥락을 능동적으로 창조하고 재해석하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 삶의 여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내러티브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간과하는 것은 과거에 일어났던 개별적인 사건들이 현재 및 미래의 나를 창조하는 데 중요한 맥락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현재보다 미래를 중요시하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어, 과거 경험의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맥락적 사고는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된 시간적 흐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일종의 동시성 같은 요소가 있습니다. 과연 개인에게 이러한 맥락적 사고를 어떻게 실제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요?


복잡계로써 ‘나’ 자신에 대한 파악     

개인은 이름 석자로 충분히 표현될 수 있을까요? 혹은 단순히 하나의 정체성이나 역할로 정의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본질적으로 복잡계로 이해해야만 합니다. 개인은 복잡계로서,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역할로서 존재하며, 이러한 다중적 정체성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독특한 자아를 형성합니다. 즉 누구에게나 다양한 부캐(부수적인 캐릭터)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다중적 측면들은 결코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는 통합된 전체를 이룹니다.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개인적 정체성과 개성에서 복잡성 개념과 마주하는 순간이 있는 데, 바로 그때가 자신에 대한 생각의 틈이 작동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복잡계로 개인을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깊이 뿌리내린 선형적 사고방식으로는 인간의 본질적 복잡성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이 직장밖(예를 들어 집)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맥락(직장-집)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며, 모순된 행동을 보이는 것을 선형적 사고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복잡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화하려는 시도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제한하고,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만듭니다. 복잡계 관점은 이러한 모순과 다중성을 문제가 아닌 인간 본연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며, 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자기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저의 경우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밖에서는 비즈니스 코칭 전문가, 저자로 인식되나, 집에서는 아내에게는 남편으로, 자녀들에게는 아빠로서 인식되기도 합니다. 매주 출석하는 교회에서는 성도로, 명절 때 뵙게 되는 부모님에게는 아직도 부족한 아들이라는 다른 역할이 서로 얽혀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편', '아빠'로서의 역할이 나의 핵심적인 정체성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한 측면만으로 나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나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맥락을 놓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복잡계로서의 개인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을 둘러싼 환경, 관계,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맥락적 요소들이 보이게 됩니다. 가족의 역사, 교육 환경, 사회경제적 위치, 문화적 배경, 세대적 특성 등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맥락적 요소들입니다. 다양한 맥락 속에서 개인은 자신만의 고유한 위치를 찾고, 그 위치에서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복잡계 활용 사례 

    

송재우 위원은 메이저리그(MLB) 해설계의 국내 최고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전공이고 야구 국가대표는커녕 선수 출신도 아닙니다. 그런데 현재 국내 메이저리크 야구 해설가로 굳건하게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컴퓨터 전공자인 송재우 위원이 비선수 출신임에도 MLB 해설계의 국내 최고 전문가가 된 현상은 선형적 사고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계적 사례입니다. 그의 성공은 서로 다른 관심사, 기술 및 능력, 개인성격(가치관) 맥락 간의 이동과 통합으로 해석됩니다.

 

초등학교 시절 AFKN을 통해 MLB에 빠져든 송 위원은 고교 시절 자신만의 기록 시스템을 개발하며 미국식 야구 지식을 체계적으로 독학했습니다. 국내에는 생소한 이닝당 삼진, 득점권 타율 등 15개 항목을 정리할 정도로 선수급 이상의 전문지식을 쌓았습니다.

미국 유학시절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면서도 MLB 전 구장을 방문할 정도로 본인의 관심사를 지속했습니다. 인터넷초기 블로그라는 시대적 맥락을 활용해 축적된 야구 지식을 남겨둡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일요신문 MLB 통신원과 샌프란시스코 일간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1998년 귀국 후 박찬호 경기를 중계하던 국내에 없었던 MLB 전문 해설가로서 새로운 전문가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이제는 본인전공마저 버리고 현재 직업을 선택하게 됩니다.     


송재우 위원의 사례는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야구팬, 컴퓨터 전공자, 블로거, 통신원, 해설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하여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한 복잡계적 자기 창조의 과정입니다. 그는 단순히 주어진 맥락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심사(야구)기술(컴퓨터, 블로그)을 바탕으로 새로운 맥락을 발견하고 창조했습니다.

맥락적 사고 활용 : 개인 내러티브 예시

송재우 위원의 사례는 복잡계 관점에서 맥락적 사고의 가치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의 여정은 서로 별개로 보이는 맥락들(컴퓨터 전공, 야구 애호, 글쓰기 능력)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합니다. 통합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선형적 사고에 갇혀 '이 분야와 저 분야는 관련이 없다'라고 단정하는 행위입니다.


맥락적 사고는 표면적으로 무관해 보이는 영역들 사이의 잠재적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이를 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인식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때, 우리는 더 풍부하고 독창적인 자기 내러티브를 구축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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