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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틈

맥락적 사고 : 거시맥락과 미시맥락 충돌

거시 맥락과 미시 맥락간의 중복과 충돌로 새로운 맥락 출현

거시 맥락과 미시 맥락 충돌

우리는 미시 맥락이 중복되고, 거시맥락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거시맥락과 미시맥락 간의 충돌을 경험하면서 살고 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느끼지 못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가정이라는 거시맥락 속에서는 남편이자 아빠, 아들이라는 미시 맥락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중복됩니다. 가정 밖에서도 얼마든지 거시맥락과 미시맥락은 얽혀있습니다. 직장이라는 거시맥락 속에서도 때로는 직원이면서 팀장, 혹은 관리자라는 미시맥락이 존재합니다.


같은 직장에서 오랜 친구가 나보다 높은 직급으로 만나게 되는 현상을 맥락적 사고로 풀어보겠습니다. 친구 입장에서 보면 직원 대하듯이 하면 섭섭할 것입니다. 반대로 회사 위계질서 입장에서 보면 친구라는 감정에 치우치면 안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거시맥락과 미시맥락 간의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이러한 변화가 가장 극심한 부분 중 하나가 직장과 가정의 관계입니다. 그동안 일터와 주거는 철저하게 분리된 채 유지되었습니다. 출근과 퇴근 이후의 삶은 서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실제 그렇게 행동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두 공간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COVID-19를 기점으로 work at home(재택근무)가 일상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협업 도구의 일상화로 인해, 지금 이 순간 거시맥락 속에 있는 미시 맥락 간의 중복은 단순한 충돌을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거시 맥락을 출현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익숙해진 현상을 맥락적 사고 관점에서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 주변에 거시맥락, 미시맥락 간의 충돌 관점으로 보면 뜻밖에 새로운 생각이 들 것입니다


사례 1. LG 스탠마이미는 맥락 간의 충돌과 중복이 만들어 낸 결과

얼마 전 작성한 스탠마이미 성공을 다룬 브런치 내용에서 성공원인을'귀차니즘'으로 해석했습니다. '귀차니즘'이라는 불편한 점을 기회로 연결해서 제품화한 것입니다. 저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LG 스탠바이미는 미시맥락 간의 충돌과 중복이 새로운 거시맥락을 창출한 사례라고 봅니다.

LG스탠바이미.jpg LG 스탠마이미 활용사례

과거에는 'TV 시청 공간''일상생활공간'이라는 두 가지 미시맥락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TV는 거실이나 침실의 특정 위치에 고정되어 있어 사람들이 TV를 보기 위해 이동해야 했고, 시청 행위와 일상생활 행위는 공간적으로 분리된 채 오랫동안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등장으로 콘텐츠 소비가 모바일화되면서 이 두 미시맥락이 중첩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모바일화의 핵심 특성인 On Demand화 때문입니다. On Demand라는 맥락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즉각적 만족을 기대하게 만들고, 기다림에 대한 참을성을 점차 잃어버리게 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부엌에서 요리하면서도 유튜브를 보거나, 화장실에서 뉴스를 확인하는 등 '어디서나 지체 없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새로운 습관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 화면의 고화질 시청경험은 고정된 TV에서만 가능했습니다.

LG 스탠바이미는 이러한 미시맥락 간의 충돌을 해결하는 동시에, 이 충돌 자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합니다. 바퀴를 달고 무선 연결을 지원함으로써 'TV 시청'이라는 행위를 고정된 공간에서 해방시켰습니다. 이는 단순히 TV의 물리적 이동성을 높인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상과 융합되는 미디어 소비 경험'이라는 새로운 거시맥락을 창출한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거시맥락 창출이 가능한 이유는 '참을성 없음(impatience)'이라는 인간 본연의 속성을 제품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스탠바이미는 현대인의 즉각적 만족 욕구와 끊임없는 콘텐츠 접근성에 대한 갈망을 정확히 포착하여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LG 스탠바이미는 '고정된 TV 시청'과 '모바일 미디어 소비'라는 미시맥락의 충돌에서 발생한 불편함을 해소하는 동시에, '공간에 적응하는 미디어 기기'라는 전혀 새로운 거시맥락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존 맥락들을 절충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참을성 없음(impatience)'이라는 속성을 깊이 이해하고 그 충돌 자체에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한 것입니다. On Demand 시대에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정확히 포착하여,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미디어 소비 방식 자체를 재정의한 혁신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례 2. 가상세계(메타버스)는 거시맥락, 미시 매락이 재탄생하는 공간

과거에는 '물리적 현실의 자아'와 '디지털 공간의 페르소나'라는 두 가지 미시맥락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현실 세계의 자아는 물리적 제약과 사회적 규범에 영향을 받는 구체적 존재였고, 온라인 페르소나는 제한된 플랫폼에서 텍스트나 간단한 아바타로 표현되는 개념에 불과했습니다. 이 두 정체성은 "온라인에서의 나는 현실의 나와 별개"라는 인식 속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했습니다.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은 온라인상에서 보내는 시간증가하고 메타버스, VR/AR 기술의 발전으로 두 미시맥락이 중첩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Digital me'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는 등 단순한 아바타가 아닌 현실의 나를 반영하는 확장된 자아로 진화했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재산을 축적하며,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졌습니다.


가상공간의 경험이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발전합니다. 가상 세계의 괴롭힘이 현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이슈로 부각됩니다. "가상 세계의 폭력은 실제 폭력인가?", "디지털 자아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 제기됩니다. 이러한 충돌은 '현실과 가상 간의 공진화'이라는 새로운 거시맥락을 형성합니다. 이 맥락에서는 물리적 자아와 디지털 자아가 상호 침투하는 연속체로 인식됩니다.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을 하나의 확장된 실제로 경험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사회적 관계의 재구성입니다. 디지털 자아를 통해 형성된 관계는 더 이상 '가상의' 또는 '덜 진짜인' 관계로 여겨지지 않으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사회적 경험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에는 결혼식이 메타버스에서 열리고,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이 포함되며, 가상 세계에서의 감정적 외상이 현실의 치료 대상이 되는 등 경계의 붕괴가 가속화가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가 예전만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잘못된 것임을 위에서 보여준 내용을 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타버스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더 발전할 것이며, 맥락적인 측면에서 감히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맥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처럼 '물리적 자아'와 '디지털 자아'라는 미시맥락의 충돌은 단순한 혼란을 넘어, 인간 정체성의 본질과 실재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새로운 거시맥락을 창출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 하나의 현실 속에서 다층적 자아를 관리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학습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던 거시적/미시적 맥락들이 경계가 무너지면서 중첩되고 충돌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통합적 맥락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 발전의 가속화는 맥락 간의 중첩과 충돌을 더욱 증폭시킬 것입니다. 이러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맥락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맥락 변화의 신호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맥락지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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