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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hun Choi Dec 12. 2020

#19 비텐베르크: 종교 개혁의 근원지를 가보다

[두 딸과 함께 하는 여행기]

ㅇ독일의 새로운 여행 코스, 비텐베르크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 지 3일 차 아침이다. 

오늘은 베를린이 아닌 인근 도시를 투어 할 예정이다. 

기차 이동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비텐베르크다. 

사람들이 붐비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곳이라 생각되어서 여행 코스로 잡았다. 

501년 전인 1517년에 이 비텐베르크에서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 

딩시 로마 가톨릭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건축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서 죄를 사하는 면죄부를 발행하는 등의 당시 교회의 문제에 항의하는 95개의 반박문을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 정문에 내붙이면서 교회 개혁이 시작되었다. 

딸들과 종교개혁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독일의 또 다른 도시를 잠깐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약간 기대하는 마음으로 여행코스에 비텐베르크를 넣었다. 

아침마다 제공되는 풍성하고 맛있는 호텔조식

아침에 출발하기 전 호텔에서 제공하는 맛있는 조식으로 배를 빵빵히 채웠다.

우리는 뷔페식 조식 앞에서 염치없는 묵돌이 묵순이가 되었다^^  

'아~ 맛있다. 역시 이 호텔 예약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비텐베르크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베를린 중앙역으로 와서 미리 예약해 둔 기차를 탔다.

자전거도 편하게 싣고 탑승할 수 있는 베를린의 지하철이 무지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의 인식도 너무 당연하고 배려하는 문화인 것 같다. (유럽의 대부분 도시에서는 자전거와 대중교통, 차들이 잘 공존하고 있어서 부러웠다.)

우리는 비텐베르크로 향하는 기차로 대략 1시간 정도 이동했다. 

지하철과 기차


조용한 소도시 비텐베르크에 도착하다

1시간의 편안한 기차여행을 즐긴 후에 우리는 비텐베르크에서 내렸다.

도시가 조용하고 한적하다.

기차역은 도시 외곽에서 있었다. 대중교통도 많이 없고, 택시 타기도 애매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대략 20분을 도보 이동한 후에 도시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가 화창하다. 여행에 딱 좋은 날씨다.


루터의 집(Lutherhaus Wittenberg)

마을 초입에 마틴 루터가 1508년부터 1546년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원래 '비텐베르크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건물이었지만, 종교개혁 이후 수도회가 해체되었고 루터에게 선물로 주어졌다고 한다.

아내 '폰 보라'와 6명의 자녀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물론, 이 곳이 가족만의 장소였다기 보다 많은 개혁자들이 와서 기거하고 모임을 가졌던 곳이라고 한다. 루터는 아침이 되면 옷을 갖춰입고 서재로 출근해서 묵상하고 업무를 봤다고 한다. 

계속 큰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로 인근에 또 다른 종교개혁자 멜란히톤의 집도 보였다. 멜란히톤은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루터를 만났는데, 이후 그는 루터의 협력자였고 개신교회의 신학적 기초를 쌓아가는데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비텐베르크의 거리는 한적하면서도 깔끔하다. 


마르크트 광장

도시의 중간에 이르면 넓은 마르크트 광장을 만나게 된다. 예쁜 비텐베르크 구 시청이 보이고, 그 앞에 루터와 멜란히톤의 동상이 눈에 띈다.

구 시청 앞의 루터와 멜란히톤의 동상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함께 마음을 같이하고, 연구하고, 일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14살이 차이나지만, 그들은 좋은 조력자였다. 그리고 도시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되어 나란히 서있다. 부러운 관계다. 나는 나 자신이나 아내, 아이들에게도 늘 좋은 조력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멜란히톤(좌)과 루터(우) 동상

비텐베르크 성 교회로 가는 길 

계속 우리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이 길로 계속 가면 종교개혁지의 시작지라고 할 수 있는 비텐베르크 성 교회로 갈 수 있다.

사람이 적다 보니 하연이, 서연이와도 좀 더 편히 다닐 수 있었다.

아무래도 큰 도시는 사람과 차가 많아서 늘 조심스럽다. 

그에 비해 비텐베르크는 평화롭고, 사람들에게서 여유와 친절함을 느낄 수 있다.

길을 가는 동안 구경할 만한 곳들은 놓치지 않고 들렀다. 많지는 않았지만. 


비텐베르크 성 교회

드디어 도착했다.

501년 전에 마틴 루터는 당시 비텐베르크 대학의 성당이었던 이 곳 문 앞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다.

비텐베르크 성의 일부분으로 함께 지어진 교회이기에 지금은 '비텐베르크 성 교회'라고 불린다. 

루터가 찬송가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작사 작곡할 때 이 교회와 성을 생각하고 지었다고 한다. 교회 탑 아래에 적혀있는 문구는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되시니'라고 새겨진 것이라고 한다.

비텐베르크 성 교회

교회 안으로 들어갔을 때, 때마침 정기적으로 드리는 성만찬이 있어서 참여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예배와 성만찬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역사적인 곳에서의 예배 참석은 우리에게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다행히 영어로 진행되어서 비교적 잘 참여할 수 있었다. 

교회 내부가 너무 예쁘고 멋있다. 물론 중간에 복원 공사를 한 것이지만, 이렇게 잘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비텐베르크 성 교회 내부와 예배순서지

비텐베르크 도시 둘러보기

다시 밖으로 나오니 배가 고팠다.

길에서 만난 푸드트럭에서 간식으로 핫도그를 샀다. 빵보다 소시지의 크기가 훨씬 더 크다. 

역시 소시지는 독일인가? 역시 오늘도 서연이가 먹방 모델을 자처한다.

비텐베르크의 도시 풍경을 좀 더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기념품도 사고. 


성 마리아 교회

루터는 비텐베르크의 중심부에 있는 성 마리아 교회에서 주로 설교를 했다고 한다.

그는 이 교회에서 주일 오전에는 복음서를, 오후에는 서신서와 다른 성경으로 설교를 했고, 종교개혁 정신에 입각한 교리문답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 곳에서 잠시 들러보았다. 

비텐베르크 성 마리아 교회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길

예약한 기차 시간이 다 되었다. 20분가량의 도보이동과 대기시간을 고려해서 조금 더 빨리 움직였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서 주위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사진도 찍으며 여행을 즐겨보았다.

겨우 반나절 머물렀을 뿐인데, 이 도시가 벌써 익숙해진 느낌이다. 

평온하고 예쁜 비텐베르크를 여행하면서 여행 중의 쉼과 같이 느껴지는 하루였던 것 같다. 


돌아가는 기차는 또 다른 기차가 왔다. 

출근 기차 같은 2층 기차다. 똑같은 티켓을 예매했는데, 다른 기차가 와서 잠깜 당황했다.

유럽의 대중교통 문화는 가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기차 편에서.

이렇게 독일에서의 여행이 끝났다. 

내일은 프라하로 갈 예정이다. 

감 안 잡히는 기차(유레일)를 타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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