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은 Dec 30. 2021

005


01. 겨울로 접어들었다.

작년 12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입주했다.

도쿄에서 정식으로 계약한 첫 집이다.

부동산 직원과 구경 왔을 때는 집이 넓어 좋았는데, 막상 살아보니 에어컨 난로의 온풍이 미치지 못하는 거실은 그냥 짐을 두는 창고나 마찬가지인 공간이었다.

겨울, 거실 공기는 너무도 찼다.

후회했다.

그냥 좀 좁더라도 더 싼 집으로 갈 걸.

그러다 날이 풀리고 따뜻해지자, 점점 몸이 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거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거실에 빔프로젝트까지 두고, 많은 시간을 거실에서 보냈다.

그런데 또다시 겨울이 찾아온 거다.

다시 하나둘 조금씩 에어컨 난방 구역 안으로 물건과 몸이 좁혀져 들어오고 있다.



02. 음식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동안 가봤던 식당을 기록으로 남겨둘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좋아요 몇 개 받다 보니, 정보 전달용 이모티콘이나 태그 등이 점점 늘어난다.



03. 연말연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휴 때면 매번 여행지로 오르는 후보가 시코쿠의 도고온천이다.

하지만 매번 포기했듯이, 일정이나 경비가 맞지 않아 탈락이다.

다음 후보로 관서 지방도 생각해보지만, 뭔가 끌리지 않는다.

도쿄에 살면서 또 다른 대도시로 여행 간다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

그렇게 차선책의 차선책을 생각하던 중에 도야마라는 도시가 후보로 올라왔다.

중소도시에 경치가 좋은, 거리도 도쿄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이다.



04. 일본은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크리스마스가 토요일이라 휴일로 보낼 것 같았는데, 여자친구가 그날 출근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05. 한국은 스파이더 맨 : 노 웨이 홈이 12월 중에 개봉하던데, 일본에서는 1월에 개봉한다.

스포일러 당하고 싶지 않아서, 얼른 보고 싶었는데.



06. 요즘 귀멸의 칼날 새로운 화가 공개되는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애니를 즐겨보지 않는 여자친구도 귀멸의 칼날은 인정했다.

어쩔 때 보면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 넷플릭스 애니를 보면 좋은 점이 있다면, 잔인한 부분에 모자이크가 없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조금만 잔인하거나 야해도 모자이크 처리된다.

귀멸의 칼날에서는 목 자르는 게 주인공들의 일인데.



07. 청춘 18 티켓으로 여행 중이다.

도쿄에서 나가하마, 나가하마에서 나자와, 나자와에서 야마, 야마에서 기후, 기후에서 도쿄로 이어지는 코스다.

전철 타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도착한 도시를 구경할 시간이 부족하다.

여행 둘째 날인 지금 다른 곳을 갔어야 했나, 약간 후회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인 것을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나는 어느 정도 체념할 줄 안다.



08. 일본의 회사는 보통 연말연시 앞뒤로 이틀씩 정도, 보통 일주일 가까운 시간 휴일이다.

난 거기에 앞뒤로 하루 씩 더 유급휴가를 넣어 뒀다.

할 것도 많고 마냥 마음 편한 휴식은 아니지만, 쉴 때는 또 한없이 쉴 자신이 있다.



09. 확실히 도쿄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학생들의 교복 패션이 수수 해지는 것 같다.



10. 도쿄에 온 지 1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교회에 가봤다.

일본 교회는 예배를 참 차분하게 드린다.

한국 교회도 차분한 예배는 차분하다 하겠지만, 이곳이 그보다 더 차분하다.

규모도 작은 편이다.

일요일 예배에는 50명 안 되게 참석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좁은 공간에서 더 주목받는 만큼 언제나 일본 교회에 가면 다정함을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00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