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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Feb 23. 2022

006

01. 가봤던 여행지에 또 가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계획에 없던 나고야에 들렀다 가는 길이다.

몇 년 전, 나고야 여행을 했었다.

중간에 여자친구가 아파서 계획대로 되지 못한 여행이었다.

그때 하루를 거의 호텔 안에서 보내다가, 아픈 여자친구를 억지로 끌고 나와, 야밤의 오스 상점가에 간 적이 있었다.

당연히 영업 중인 가게는 드물었고, 땡기지도 않는 카레 가게에 들어가서 끼니를 때웠다.

그때 찌질하게도 울었었다.

막연하게 힘들 때이기도 하고, 그런 걸 당분간 잊어보려고 온 여행이 망해가니까, 너무나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잊어버릴 수 없는 순간 중 하나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찌질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오스 상점가에 가보고 싶어 진 거다.

이번에는 그때와는 다르게 가게문도 다 열려 있었고, 거리도 연초라 관광객들로 붐볐다.

감회가 새롭다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나고야역에서는 우나기동을 먹었는데, 여자친구는 몇 년 전 여행 때는 아파서 맛을 잘 못 느꼈다며, 이번에 제대로 먹었다고 좋아했다.



02. 여행지 이름이 박힌 자석을 모으는 중이다.

이번 여행 전까지 모은 자석을 나열해 보면, 하코다테, 아사히카와, 왓카나이, 삿포로, 파리, 암스테르담, 가마쿠라, 구사츠다.

그리고 이번 여행으로, 가나자와, 도야마, 다카야마, 나고야를 새롭게 모았다.



03. 아랫집에 누군가 입주했다.

아랫집은 지난 1년간 비어있었다.

우리가 딱히 층간 소음을 낼 건 없지만, 괜히 신경 쓰일 것 같다.

그래도 그동안 이웃집과 트러블은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도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한다.



04. 난 재택근무고, 여자친구는 출근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여자친구가 안쓰럽지만, 난 드라이어기 돌아가는 소리에도 잘도 잔다.



05. 단톡 창에 명절 인사글이 올라오면, 타국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06.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새 총리가 뽑히고, 의원 선거가 있기까지 확진자 수가 급감했던 시기에 만들었던 어느 기관 벽면의 아날로그 그래프 막대가 천장 면을 따라 꺾여 올라갔다.



07. 코로나 지원금 신청 서류가 우편으로 왔다.

받는다면 여자친구랑 나 각각 10만 엔씩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신청 서류에 신분증 사본과 통장사본을 프린트해서 가위로 오려 붙여, 다시 우편으로 보냈다.



08. 한국은 곧 대선이다.

난 이곳에서 부재자 투표를 한다.

부재자 투표를 하려면 먼저 신청을 따로 해야 한다.

정확히 며칠까지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선거 당일보다 두 달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와 다른 후보를 찍을 것 같은 사람에게 신청기간 지난 다음에 물었다.

부재자 투표 신청했어요?

아 신청 따로 해야 해요? 언제까지예요?

이미 지났을 걸요.



09. 대선, 부재자 투표를 했다.

투표하고 나와서 길을 걷는데, 한국말만 들리니까, 잠시나마 한국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



10. 직장 말고는 일본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다.

여자친구나 나나 자꾸 일본어를 사용해야 실력이  텐데, 자주 만날  있는 일본 친구들도 고민이다.

임시방편으로 여자친구와 나 서로 메시지 톡 할 때는 일본어로 하고 있다.

톡 개수가 전보다 많이 줄었고, 톡으로 싸우는 날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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