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여자친구는 슬램덩크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산왕전이 극장판으로 개봉한다고 해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같이 보고 싶었지만, 결국 개봉 첫날 혼자 봤다.
보고 나서 가슴이 너무 벅찬데, 그 기분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다.
친구한테 연락해 보고 싶었지만, 한국에선 아직 개봉하지 않았을 때라 괜히 자랑하는 거 같아 말았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상영 중이고 슬램덩크 열풍이라며 난리가 나니, 여자친구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심지어 슬램덩크 만화책을 정주행 하고 있다.
전권, 다 읽으면, 같이 2차 관람하러 갈 생각이다.
02. 전에 살던 집에선 겨울이 되면 잠들기 힘들 정도로 추웠다.
난방 때문에 전기 요금도 많이 나왔다.
일본 집이 춥다는 건 주변 누구나 다 말하던 거라 그냥 그러려니 참았다.
그런데 이사하고 보니, 일본 집이 다 그렇게까지 추운 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이사 온 집이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한겨울인데도 별로 춥지 않다.
전기 요금도 전 집에 비해 반 정도밖에 안 나왔다.
03.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여자친구가 받으러 갔다 왔다.
여자친구가 테이블에 커피를 두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국인 아저씨가 '여기는 여자한테 시켜 먹네'라고 말했다.
아마도 우리가 일본인 커플인 줄 알았나 보다.
여자친구랑 한국말로 대화하니까, 말 많던 아저씨의 말 수가 조금씩 줄어갔다.
04. 이사 업체 세 군데에서 견적을 뽑아 봤다.
첫 번째 이사업체가 처음 제시한 가격은 15만 엔이었다.
대충 5만 엔 정도 예상하고 있던 터라, 내가 탐탁지 않아 하자, 인심 쓰듯 8만 엔을 불렀다.
그래도 계약할 기미가 안 보이니까, 지금 계약하면 5만 엔 해주겠다고 가격을 낮췄다.
그러면서 5만 엔으로 해줘도 다른 업체 견적을 뽑아보겠냐며, 협박조로 말하길래, 응, 그럴 거다 하고 돌려보냈다.
두 번째 업체에서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격을 먼저 물었다.
5만 엔이라고 하니, 4만 4천 엔에 해주겠다고 했다.
예상보다 싼 가격이라 두 번째 업체로 계약하려 했는데, 세 번째 업체도 비슷하게 4만 6천 엔을 제시했다.
세 번째 업체가 뭔가 설명도 자세하고 견적서도 깔끔하게 인쇄해서 뽑아주는 게 믿음직스러웠다.
게다가 두 번째 업체는 본래 원하던 날짜는 계약이 안된다 했다.
그렇게 세 번째 업체랑 계약했다.
05. 전에 살던 동네가 교통이 좋았다.
번화가도 있고, 걸어갈 만한 거리에 큰 공원도 있었다.
나름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동네였다.
그만큼 월세는 싼 편이 아니었다.
이사할 집을 구할 때, 전에 살던 동네엔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이 없었다.
결국 살던 동네에서 벗어나 보기로 결정했다.
이사 온 동네는 교통이 좋다고 할 수 없다.
번화가도 없다.
큰 공원이 있긴 하지만 좀 멀다.
근데 뭔가 지금 사는 동네가 전 동네보다 좋다.
살고 보니, 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북적북적하는 곳보다 적당히 조용한 동네가 맞는 듯하다.
06. 한국에 3박 4일, 잠깐 다녀오려고 한다.
간다면 일본에 오고 나서 2년 4개월 만이다.
07. 일본에 오기 전, 크게 착오한 것이, 운전면허다.
난 국제면허증이 있으면, 일본에서도 운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국제면허증으로 운전할 수 있는 건, 일본에 주소를 등록한 장기체류자에겐 허용되지 않았다.
허용되는 기간이 있긴 한데, 일본 입국 후 1년간 뿐이었다.
한국에서 국제면허증을 갱신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한국 면허증이 있으면 쉽게 일본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긴 한데, 조건이 있다.
한국 면허증을 발급받고, 한국에서 90일 이상 체류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근데 내가 미루고 미루다 일본에 오기 2달 전쯤에나 면허를 땄다.
면허를 따고 90일을 채우지 못하고 일본에 와버린 것이다.
앞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90일을 채우면 되긴 하는데, 당장 일본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본 면허를 시험 봐서 따면 되지만, 듣기로 몇십 만 엔 정도 든다고 하니, 아까워서 그렇게는 못하겠다.
렌터 해서 여행도 다녀보고 싶었는데, 앞으로 몇 년간은 힘들 것 같다.
08. 일본은 월세 계약할 때, 한국의 보증금 같은 시키킨이란 걸 낸다.
보통 한 달 월세 정도인데, 계약이 끝나면 청소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돌려 봤는다.
난 시키킨의 반 정도 돌려받기로 했다.
근데 약속한 날보다 일주일이 지나도 입금해주지 않아서, 관리회사에 연락해 봤더니, 직원이 미안하다며 바로 넣겠다고 했으나, 그로부터 삼일뒤에도 여전히 입금 확인이 되지 않아, 또 전화를 했다.
그러고 그제야 입금을 해줬다.
09. 귀멸의 칼날, 상현 집결 이야기가 담긴 극장판을 영화관에서 보고 왔다.
상영이 끝나고, 다른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성우들 무대인사를 생중계로 보는 이벤트도 있었다.
우즈이 텐겐을 연기한 성우도 나왔는데, 캐릭터 이미지랑 너무 달라서 실망했다.
10. 요즘 참이슬 파는 곳이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세븐일레븐에서만 팔았었는데, 이젠 주변 마트에서도 대부분 팔고 있다.
마트에서 장보고 참이슬 사러 세븐일레븐에 따로 들르던 과정을 이제 안 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