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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 Oct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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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1970년대에 지어졌다.

1981년부터 건축 후 내진 조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법률이 제정됐다.

그래서 우리 집은 그 내진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

그동안, 도쿄에 큰 지진이 오면 어쩌나 불안했었다.



02. 일본 집의 구조를 설명할 때 숫자와 알파벳 L, D, K를 이용해 구분한다.

K는 부엌이다.

만약 방의 구조가 1K이면 방 하나에 부엌 공간이 따로 있는 집이다.

2K이면 방 두 개에 부엌 공간이 있는 집이다.

D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 정도를 의미한다.

만약 1DK이면 방 하나에, 4인용 식탁 정도 둘 공간과 부엌이 있는 집이다.

L은 거실 정도 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만약 1LDK이면 방 하나에 거실만한 공간과 4인용 식탁을 둘 공간, 부엌이 있는 집이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는 듯하다.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건들 중에 같은 집인데도 구조를 다르게 소개한 경우도 있었다.



03. 외국인이 도쿄에서 집 구하기가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몇몇 집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주 심사가 엄격해지기도 한다.

일본에선 월세 방을 계약하기 위해서 보증인이 필요한데, 보통 보증회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상담해 본 방은 외국인이라면 보증회사 외 따로 연대보증인까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04. 최근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초과했다.

신주쿠와 시부야에 늘어선 거대한 빌딩 숲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설마 이 정도의 나라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버블 경제가 휘청였던 30년 전과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하니, 좀 불안하다.



05. 파마를 했다.

여자친구가 파마를 할 줄 안다.

한국에서도 여자친구가 종종 파마를 해줬었는데, 일본 파마약이 더 센 건지, 한국에서 했을 때보다 더 뽀글거린다.



06. 10월 11일부터 한국인이라면 일본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PCR 검사도 백신 접종 3회 이상 했으면, 필요 없다.

친구도 조만간 일본에 놀러 온다고 하고, 부모님도 일본에 오고 싶어 하신다.

조만간 외국인 관광객들로 여기저기 붐비겠구나 싶다.



07. 우리 마을에 고양이가 많다.

그리고 고양이들 마다 활동 구역이 나뉘어 있다.

점심시간 이후 자주 피아노를 치는 집 앞에는 항상 누런 고양이가 돌아다닌다.

집에서 멀지 않은 작은 공원은 하얀 고양이 구역이다.

그리고 우리 집 건물에는 검은 고양이가 구역 삼아 돌아다니고 있다.

검은 고양이는 초록빛 눈동자에, 누런 줄무늬를 몸에 두른 꽤 카리스마 있는 애다.

집 건물 계단에서 자주 일광욕을 해서, 자주 마주친다.

며칠 전, 이웃집 베란다에 새끼 쥐가 죽어 있는 걸 봤는데, 아마도 검은 고양이가 잡아 놓은 게 아닐까 한다.



08. 일본에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는 시위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이 바뀐 이후에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시위를 본 적이 없다.



09. 같은 집에 2년 가까이 살다 보니, 계절별로 어떤 생물들이 집에 출몰하는지, 리스트업 할 수 있다.

봄이 되면 거미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살짝 더워지기 시작할 때쯤 도마뱀이 나온다.

태풍이 자주 오는 한여름에는 바퀴벌레가 하수구를 타고 올라온다.

선선한 가을이 되면 응애들이 여기저기 무리 지어 우글우글거리고 있다.

겨울이 되면 벌레든 도마뱀이든 살아남기 힘든지 대부분 모습을 감춘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사람도 거의 방에만 머물고, 거실에 출몰하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10.  모정(母情)이 주제인 유튜브나 영화 등을 보면 여자친구가 눈물을 글썽인다.

하긴 2년 가까이 가족과 만나지 못했으니, 당연하다.

그래서 한국 가서 누가 제일 보고 싶은지 물으면 항상 키우던 강아지 이름부터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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