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쇼팽 에튀드 뜯어먹기
클래식 스윔 _4. 쇼팽 에튀드 뜯어먹기
쇼팽 에튀드에 관한 앞선 글을 참고해 주세요! 이 글은 6월에 한국에서 있을 임윤찬의 리사이틀을 기다리며, 클래식 입문자가 여러 피아니스트들의 앨범을 통해 한 곡씩 뜯어먹은 기록입니다. 영접할 라이브를 위해 많이 듣지 않으려고 노력한 임윤찬의 영상들(암스테르담 10 연주와, 통영국제음악제 25연주)도 함께 첨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eXwhsrJC8o&list=PLmqERlEUC6OEHb9BKJnnAoG6vq3gpHsUu
3개의 새로운 연습곡
이 곡부터 리사이틀이 시작된다. 리듬 중심의 곡으로 당시 피아노 자체가 안정적인 악기가 되었고, 연습 곡집이 유행해서 만들어진 모음집이다. 마치 여러 소설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아 내는 소설집과 같다. 멘델스존, 리스트 등 당대 유명 작곡가들이 모여, 함께 낸 책에 실린 3개의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ecYRYzs7jY
쇼팽 에튀드 op.10 _Chopin Etude Op.10 1-12
임윤찬 인터뷰에서 말하길 피아니스트의 길을 도박을 걸 듯이 계속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항상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곡.
아르페지오 연습을 위해 만들어졌고, 햇빛에 부서지는 물방울 같은 소리가 난다. 승리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제목이 어울리겠다. 두둥 하는 음으로 시작하면 심장 터질 듯!
손가락을 하나씩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작곡되었다. 힘이 약한 3,4,5 손가락 연습이 주 목적이고, 다른 곡들도 그러하지만 어렵다고 한다.
발레리나라기엔 넘나 빠른데. 발레리나의 다리 힘은 무기와 다름없음을 기억하자. 강약 조절이 돋보이고, 처음은 아주 날래고 작은 발걸음처럼 시작된다. 곡 전체가 깔끔한 인상이다.
쇼팽 작곡가 본인의 최애곡. 라이브가 가장 기대된다. 사랑의 꿈처럼 진가를 발휘하지 않을까. 선공개 된 곡인데, 기교나 감정보단 담백한 해석을 살린 듯하다. 본인이 녹음에서 추구하는 바가 나중에 들어도 과하지 않은 정말 기본에 충실한 앨범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무리 쪽에서 특히 이 곡의 분위기가 제대로 다가오는데, 음의 길이나 강약을 살려서 연주하였다. 특히 시그니처가 된 왼손 저음도 돋보여 슬픔이 더해지는 것 같다. 마치 연주하는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다.
화음 연주를 연습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초반에 녹턴의 분위기가 나서 이별의 곡이라는 부제목이 붙여졌다고 한다. Lento, ma non troppo느리게, 그러나 과하지 않게라는 뜻 표기가 있다. 다른 연습 곡에 비해 꽤 긴 길이이고, 케이팝 한 곡처럼 기승전결 있는 편이다. 곡의 흐름도 아름답다.
톰과 제리의 추격전 속도. 빠르고 탄력 있는 경쾌한 터치가 필요한 곡. 왼손이 오른손을 빠르게 따라가야 해서, 멜로디 두 개를 주고받는 느낌이다. 마치 악기 2개가 동시에 연주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임윤찬의 연주에서 그 레이어가 더 잘 느껴진다.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곡이라 생각했는데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연습 곡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 음악을 틀어두면 그림을 그리러 온 학생들이 갑자기 그림을 빨리 그린다. 머리카락이 팔랑거리는 라이브 연주의 속도감 그리고 확실한 마무리. 역시 한국인의 성질머리.
오른손의 까만 건반을 누르는 연습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온 너무! 유명한 음악이다. 주걸륜 얼굴뿐이 안 떠올라요. 학교 다닐 때, 피아노 좀 친다는 친구들은 피아노만 보면 말벌처럼 달려들어 꼭 이 곡을 치곤했다. 입시 단골 곡이라고도 한다.
영화에서 등장한 익숙한 앞 부분 말고, 중간 부분도 아주 아름답다. 임윤찬은 정말 빠르게 쳐서 오히려 물결처럼 느껴진다. 왠지 음표들을 한 다발씩 묶어서 치는 느낌이다. 특히 반짝거리는 경쾌함, 가벼우면서도(한지 같다!) 정확한 느낌이 잘 전달된다.
3번과 마찬가지로 녹턴 풍의 서정적인 곡. 고독한 분위기로 느린 템포를 가지고 있다. 어두운 하늘이 떠오른다. 비 오는 날이면 꼭 이 곡을 반복한다. 또르륵 떨어지는 멜로디가 빗소리같이 다가온다. 멜로디들이 어쩐지 엇갈리는 느낌이 들어 더 쓸쓸하다.
머릿속에서 자꾸 떠오르는 좋아하는 부분이 생겼다. 폴리니의 앨범으로 쇼팽의 에튀드를 가장 많이 들었는데, 임윤찬의 영상 속 연주로 굉장히 새로운 곡처럼 다가왔다. 들리지 않던 선율들을 찾아서 들려준다는 게 이런 부분을 말하는 것 같다.
레가토라는 표시가 있는데 연결되도록 치라는 뜻이라고 한다. 페달을 적게 쓰는 키신과 랑랑 버전을 추천받았다.
이 제목이 마법사라면 해리 포터의 비행 수업이 떠오른다. 마돌에서 이 앙 다물고 처음 빗자루 타는 해리 모습으로!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치면서 정확하게 쳐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연습 곡이라고 하니 그만큼 혹독해야 연습이 되겠지? 근데 이것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다른 곡들을 통해 알기 때문에 라이브가 더욱 기대된다. 이 곡의 연주에서도 저음 표현이 돋보인다.
쾌활한 분위기로 맑은 날 공원이 떠오른다. 넓은 음역대를 연습하기 위해 작곡된 곡이다. 오른손이 내리쬐는 햇살 같고, 왼손이 걷는 발자국처럼 들린다. 특히 임윤찬의 연주에서는 왼손 멜로디가 깨끗하게 잘 들린다.
스타카토 연습을 위해 만들어진 곡. 어두운 분위기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이 곡 또한 10-6처럼 다른 연주자들의 곡으로 들었을 때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임윤찬의 연주 버전으로 돋보였다. 이런 쓸쓸한 느낌... 청소년이 어떻게 알죠? 주고받는 멜로디의 강약과 같은 멜로디가 또 나온다면 다르게 쳐서 더 잘 들리게 해준다.
손목의 유연성을 연습하기 위한 곡. 왜 제비일까? 새의 비행처럼 아르페지오가 넓어서? 리듬이 살아있어 밀당이 잘 느껴지는 곡.
양손 아르페지오, 손가락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 은근 멜로디가 잘 기억에 남는다. 크림처럼 아주아주 부드럽게 연주해야 할 것 같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을 닮게 만들었다고 한다. 오마주가 마치 고흐가 밀레의 그림을 늘 따라 그리며 연습한 듯하다. 몰아치는 느낌이고, 이건 딱 봐도 라이브로 들으면 잘 칠 것 같아서 미리 소름 좀 돋을게요. 약간의 밀당 박자 같은 것이 잘 느껴져셔 다른 앨범 버전으로 듣다가, 임윤찬 버전으로 들으면 정말 휘몰아친다. 러닝 해야 됨. 리듬도 특이하게 치고, 젊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다르게 칠 부분이 기대가 된다. 아래 영상은 유명한 조성진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TgBz7LnvUaQ
https://www.youtube.com/watch?v=iH7GnZc3MXQ
쇼팽 에튀드 op.25 _Chopin Etude Op.25 1-12
폭풍우를 피한 동굴에서 피리를 부는 목동을 닮아 에올리안 하프로 불리는 곡. 양손 아르페지오와 화음 연주를 위해 만들어졌다. 아무 정보 없이 쇼팽 에튀드 전체를 처음 들어보았을 때 가장 좋았던 곡이고, 지금도 그렇다. 임윤찬의 라이브가 가장 기대되는 곡이다.
조용하게 시작하고, 중간에 멜로디가 바뀌는 부분이 아름답다. 특히 왼손의 선율이 무척 좋다. 수영하면서도 이 곡을 머릿속으로 흥얼거렸다. 그만큼 중독성 있고 잊을 수 없는 음악.
슈만이 말하길 이 곡은 잠자는 어린이 노래! 유연성을 연습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연주 난이도가 극악으로 알려진 쇼팽 에튀드 중에서 그-나마 쉽다고 한다. 그래서 쇼팽 에튀드를 연습하려는 사람들에게 입문곡으로 가장 널리 선택된다는 소문. 몽환적 분위기가 나고, 귀에 익숙한 곡이다. 임윤찬 버전을 보면 정말 유려하고 빠르게 친다. 손에 참기름 발랐니 학생...
소름이 돋는 건, 쇼팽의 에튀드에 관련해 아무 정보 없이 이 음악을 들었을 때, 내 마음속으로 붙여둔 제목이 따그닥 송이였다는 점이다. 이게 말이 아니면 뭔데요. 나중에 붙여지긴 했지만 사람들이 널리 부르는 부제목이 승마라 소름이 돋았다.
리듬을 연습하기 위한 곡이고, 왠지 영상 속 보다 나이가 든 지금의 연주가 소리가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 특히 크기가 살며시 연약해지는 부분을 정말 잘 살린다. 소리가 줄어들다 못해 부서지는 것처럼 들린다.
10-9처럼 스타카토 연습을 위해 만들어진 곡. 힘이 약한 왼손 새끼손가락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어떻게 연습과 아름다움을 함께 작곡했을까 헤이 쇼팽.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갖춘 디자이너들의 작업물 같다.
이 곡의 인상은 마구간에서 자란 고양이. 뚱땅뚱땅 네모 모양으로 걷는 고양이가 떠오른다. 직전의 곡과 연결해서 들어 그런가 보다. 연주 영상을 보면 손이 어디까지 튀어 올라요... 마찬가지로 여려지는 부분을 정말 잘 이어나간다.
쇼팽의 에튀드 중 유일하게 단조-장조-단조로 구성된 곡. 25-1 다음으로 좋아하는 곡이다. 임윤찬은 25-4처럼 리듬을 더 살려서 치는 느낌이 든다. 중간 장조 부분도 매우 아름답다. 같은 멜로디가 나와도 뒤의 마무리 때는 확실하게 맺음 짓는다. 마지막에 쿵 내리찍었다가 뾰롱 마무리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쇼팽이 좋아했던 3도 연습 곡. 빠르게 쳐야 하고 정확하게 치기 어렵다고 한다. 임윤찬의 연주는 폭폭 내리는 눈송이 보다 칼 바람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느낌. 특히 음들이 깨끗하고 청아하게 들리길 기대되어, 이 곡 또한 지금의 연주를 상상해 보게 된다.
베이스와 소프라노가 함께 연주되어 느리지만 까다로운 곡이다. 10-3이나 10-6처럼 왼손의 스케일 연습을 위해 만들어졌다. 영상에서는 감정 몰입이 돋보인다. 다른 연주자들의 앨범을 들을 때는 존재감이 없던 곡인데 임윤찬의 연주에서는 들리지 않던 음들이 튀어나와 새로운 곡처럼 들린다.
제목이 너무 귀엽다! 고양이의 꼬리...?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분위기이다. 근데 사냥 전인. 사냥 전에 몸 낮추고 궁디 씰룩 거리는 그 꼬리로 생각해야 한다.
오른손 스타카토 연습을 위해 만들어진 곡. 곡의 길이가 짧고 경쾌한 분위기가 난다. 멜로디에서 노란 가방을 멘 어린이가 생각난다. 영상에서도 특히 신나 보인다. 아닌가효?
서늘한 멜로디의 곡으로 여러 곡들 중 꼽히게 어렵다고 한다. 임윤찬은 이 곡을 특히 크게 치는 듯하다.
빠른 아르페지오가 겨울바람처럼 느껴진다. 주된 멜로디는 왼손이기에 왠지 임윤찬이라면 다른 음을 꺼내 보여줄 것 같다. 긴장감이 들고, 겨울바람은 겨울바람인데 너무 추워서 비눗방울 불면 바로 얼리는 그런 바람. 강약 조절이 돋보여 전용 피아노로 소리를 극대화한 호로비츠의 연주처럼 느껴진다.
파도가 느껴지는 멜로디. 양손이 같은 방향으로 일렁이는 아르페지오의 매력. 정말 어딘가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새해부터 쇼팽의 에튀드로 리사이틀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부지런히 들어보고 있다. 케이팝 외길 오닥후의 일상에 스며든 클래식이 아직은 낯설지만 새롭게 발견되는 즐거움을 찾음에 기뻐하며! 들었던 앨범들 다시 한번 훑으러 갑니다... 봤던 거 또 보고 들었던 것 또 보기 제일 잘함! 귀에 익을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