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형목수 Sep 06. 2023

여름

세월 속에 여름이 오고 가다.


                 여름


여름이란 없다

여름이라고 이름 붙인 그 무엇이 있을 뿐이다


아무도 부르지 않은 그 여름

무심히 흘러간다


여름에 태어나는 이

여름에 늙어 가는 이

여름에 죽는 이

여름은 흘러간다


전의 여름도 기억에 없고

다음의 여름도 기약이 없다


사라질 여름은 다시 오고

다시 온 여름에는 여름이 없다


여름에 태어난 이는 여름에 죽고

여름에 죽은 이는 다시 여름에 태어난다


여름

여름

여름


이 무슨 말인가




세상의 만물을 정의하는 말들이 새삼스럽게 궁금해진다. '여름'이라는 말은 언제, 누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과일들이 열리는 때라서 열림이 여름으로 되었을까? 기온이 올라 살고 있는 주거지를 열고 있기에 여름이라고 하였을까?


가을, 겨울, 봄...


아마도 인류가 말로써 소통할 시작부터 계절의 호칭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20만 년 전?

 최소한 한국어인 조선말이 탄생할 즈음 1만 5천 년은 되었을 것이다.


유구한 세월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져 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말도 탄생이 있고 소멸이 있는데 여름이라는 단어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여름이라고 수없이 되뇌어 보면 드디어 의미가 사라지고 무슨 뜻인지도 혼돈이 온다.


모든 말에는 그 실체가 없는 듯하다.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물결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바이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