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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Jun 11. 2024

100화? 그거 뭐 쓰면 되는 거 아닌가?

42 걸음

"100화!! 드디어 100화다!"


제목과 달리 처음 써보는 웹소설은 참 힘들었다.


진이 빠져서일까? 100화를 다 쓴 소감은.. 생각보다 엄청 기쁘진 않았다. (아니다. 기뻤다!) 아무래도 100화를 어떻게든 써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조금 지쳤나 보다. 다행스러운 건 4/23일에 올렸던 100화 쓰기 도전에 대한 약속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누가 알아줄 일은 아니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은 지킨 셈이랄까?


일단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100화 정도는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일단은 이게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과다.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놓고 보면 100화도 갈길이 먼 분량이다. 최소 기준을 150화 이상에서 200화 정도는 써야 된다고 조언해 주는 사람이 많았기에 한편으로 100화가 다가올수록 불안해졌다.


'더 이상 쓸 소재가 없는 거 같은데..'

'뇌절을 거듭하며 써도 되는 걸까?'


다행인 점은 인기 소설은 아니다 보니 많은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돌려 까기‼)


고민할 시간에 일단 쓰고 또 썼다. 막막한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하나?'부터 시작해 '다 접고 새로 쓰자!'라는 생각도 며칠 걸러 생겼다. 푸념이었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글쓰기였지만 마구마구 티 내고 싶었다. 아니라고 부인을 못하겠는 게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는 목적 중에는 [관심 끌기]가 포함되어 있다. 직접적인 내 삶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생각하고 떠올리며 만들어 내는 것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웠다.


그런 도구 중에 하나가 글쓰기였고 그중에서도 웹소설이라는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뿐이다. 물론 브런치도 그런 면으로 보자면 내가 선택한 소통의 창구가 맞다.




100화를 쓰고 나면 힘이 빠질 거라 생각했다. 모든 목표가 100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억지로든 관성으로든 숫자만 채우자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쓴 건 아닙니다 :D)


하. 지. 만!


100화로 끝내자니 아쉬웠다.

그래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을 사용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쓰면 150화 정도는 채울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래. 50화. 50화만 더 쓰자."


일단 50화 추가로 쓰는 걸 목표로 잡았다. 이미 어느 정도 누더기로 변한 부분이 많긴 하다.


밸런스의 붕괴. 강한 적으로 삼았던 존재의 소멸.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의 공기화.(공기처럼 아무 영향력이 없어졌음을 의미..)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는데 어쩌지?'


50화를 추가로 더 쓰려면 이것 또한 무시하거나 강제로 개연성을 만들어 에피소드를 창조해야 한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평소 유튜브에서 작법 수업 콘텐츠를 만드는 분의 영상이 메인 화면에 떴다.


마치 내 고민을 꿰뚫고 있었다는 듯 유튜브 알고리듬 신은 실로 대단했다. 홀린 듯이 영상을 보고 가려운 곳이 긁혀 시원해짐을 느꼈는데. 줄여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아~ 그럴 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새로운 적수를 만들어 내면 됩니다아아아앗!"


'그래! 이것이닷!'


이미 소멸한 적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넌 에이스가 아니었어.. 를 시전 하며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




"100화를 쓰면서 얻게 된 또 다른 게 있다면..?"


여러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를 하는 중인데 그중에서도 [네이버 웹소설]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쓰는 동안 [베스트 리그]로 승격했으며 최근에는 현대판타지 장르 한정으로 11위까지 올라가는 경험도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순위가 올라간다고 해서 당장 변하는 건 없다. 오지 않던 계약 연락이 온 것도 아니고 수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조금 재수 없게 예술가적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예술가라고 칭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숫자가 주는 위로가 있었습니다. 포기해야겠다 생각할 때마다 그래도 조금씩 유입되며 읽어 주는 분들이 있으니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번 작품 한정으로 모든 걸 올인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또 다른 작품도 써야 하니 좋은 경험을 쌓자!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가식이다. 그래도 정말 위로가 되긴 했다. 글을 잘 쓰고 있는지.. 재미는 있을까? 이렇게 써도 될까..


망망대해를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기분이었는데 한줄기 등대 빛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빛이더라도 일단 저 빛을 향해 나아가자.'


조금 유난스럽게 100화 축하 글을 썼다. 그래도 쓰고 나니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그런데 왜 쓰고 있는 작품 제목을 공개하지 않아요?"


부끄러워서다. 작품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브런치에는 브런치에 걸맞은 글을 쓰고 싶어서라고 해두고 싶다. 언젠가 좀 더 용기가 난다면 그때 공개하는 걸로..


"그 정도로 기다려지진 않아요.."


아하하.


목표한 50화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쓰고 싶은 방향대로 써보려 한다. 어차피 어떻게 쓴다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지 않을까?


그렇게 여한이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마무리 짓게 되면 그때는 홀가분하게 떠나보낼 생각이다.

 

'그래야 다시 또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있겠지.'라며 100화 축하 글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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