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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Jul 05. 2024

고민 해결사 출동

55 걸음

살다 보면 죽을 만큼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조언이랍시고 해주는 주변 사람의 말을 들어봐도 신통치 않고 누구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순간.


'고독하구먼..'이라는 생각과 함께 막연함이 찾아온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이 순간만 조금 지나면 분명 나아진 다는 걸. 그런데 어쩌겠나. 지금 당장 내가 죽을 것 같다는 게 문젠데.


별 수 없다. 버티거나 버텨내거나 여하튼 최대치의 지혜를 발휘해 무사히 넘기는 수밖에. 어떻게든 살아내기만 하면 된다. 아무리 길고 긴 터널도 그 끝은 존재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축복받은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반박하려는 사람도 많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생각이니 너무 나쁘게 보진 말아 주길.


일단 뚜렷한 4계절이 존재한다. (지금은 기후변화로 이것도 흔들리고 있다고는 하나..) 짧은 외국 생활을 경험해 보고 알았다. 생각보다 바다를 못 보거나 눈 구경을 못 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신기함이란.


지금부터는 비약이 심할 예정이니 MSG의 과한 감칠맛이 꺼려지는 사람이라면 건너뛰어도 좋겠다. (살짝만 칠게요.)


어려서부터 계절이라는 거에 큰 관심이 있진 않았다. 그래도 가을연가니 겨울동화니(??) 드라마에도 계절명이 들어갈 정도고 특정 계절하면 떠오르는 느낌도 확실하다.


일 년 내내 여름만 지속되거나 겨울만 지속되는 나라였다면 아무래도 계절 이름을 붙였을 때 떠오르는 느낌이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사계절 덕에 자연스럽게 봄에는 싹이 트고, 여름에 쑥쑥 성장하며, 가을에 추수하고 겨울을 겸허히 보내는 법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농사도 안 지어봤으면서 정말 제대로 알고 있어요?"


상상의 힘은 위대하다.


다음 해가 다시 시작되면 이 사이클은 반복될 것이고 그 과정 속에 새로운 사계절을 어느 정도 예상하며 나름의 계획도 세운다.


즉, 한국에 태어나 사계절을 겪으며 큰 사람으로서 생로병사와 같은 라이프사이클의 단면 하나를 자연스럽게 체득했다고나 할까?


"오늘 뭐 잘못 먹었죠? 그쵸?"


달리 말하면 내 멘털도 사계절의 흐름처럼 결국 힘든 시기가 지나면 다시 회복되는 그런 게 있을 거다 뭐 이런 말을 쓰고 싶었던 거다.


그러다 물론 엄청나게 긴 겨울이 지속되는 혹한기나 빙하기를 맞이해 버린다면.. 안타까운 일이 되겠지.




고민의 크기와 대처법에 있어서 40대는 어떠한가?

20대(20대 초반이라 가정)를 두 번 산 셈이니 삶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가 많이 좋아졌을까?

아니지. 애초에 수많은 고통을 줬던 똑같은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거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케바케. 그러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20대에 고민하고 고치고 싶던 문제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도 많고, '그땐 대체 왜 그 모양이었지?'라며 이불킥을 하게 만드는 기억도 있다.


요즘은 백세 시대라고 하니 운이 좋다면 지금의 두 배수를 살게돼 80대가 주어질지도 모르겠다. 40대의 두 배를 살게 되면 과연 그때의 난 어떻게 되어 있을까?


길거리를 다니며 마주쳤던 수많은 관심 없던 노인들 중의 하나처럼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하는 노인 1이 되어 있을까?


그토록 바라지 않던 폐지 줍던 노인의 모습이 내가 되어 있으면 어떡하지?




20대의 내가 선택했던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 써봤다. 


"언제 어디다 그런 걸 써놨죠???"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절망적인 현실을 부정해 봤자 고통의 크기가 작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치 내가 이미 40대가 된 것처럼 상상해 봤다.


그때쯤 되면 지금의 고통쯤은 먼지 같은 것이 되어 있을 거라며.

너무나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사치가 되어 있지 않을까?

부양가족이 생겨 돈돈 거리고 있을 테지.


이런 망상이 마냥 쓸모없지만은 않았던 게 정말로 시간이 흐르고 40대가 될 동안 버텨낸 날 보면 알 수 있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그때 꿈꾸던 그 시절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 되어 있다니. 세상에‼️


'근데 왜 이모양이지..?'


나이는 분명 40대가 되었는데.. 20대 때 상상하던 모습과는 좀.. 많이 다르네?


"오빠!! 약 먹을 시간이야. 건강 잘 챙겨야 해. 늙어서 고생 안 하려면."

"어? 알았어."


한창 심오한 고민을 좀 해볼까 하려던 참인데 흥을 깨다니.


그래서 나 요즘 죽을 만큼 힘든 고민이 있던가?


20대의 내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네가 그토록 바라던 고통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정말로 40대가 되니까 20대와는 많이 달라졌어!! 축하한다! 그리고.. 앞으로 네가 20년간 투자할 종목을 알려주자면..'


신이 거기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일확천금을 거머쥔 영 앤 리치 부자의 삶으로 20대를 바꿔주기만 하면 모든 고민이 일순간에 소멸되어 버릴 텐데 아깝네.


진짜로 약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4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 문제. 헬스는 하지 않지만 근육이 생기길 원하고. 몸에 좋은 음식은 기피하지만 이너뷰티를 추구한다.


삶이 많이 힘들 땐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혹시 또 아나. 꿈처럼 생각했던 일이 정말로 이뤄질 수도 있는 거니까. 다시 한번 20대의 내게 한마디를 해보자면.


'그냥 생긴 대로 잘 살아봐. 그래도 너 인생 망하진 않더라.'


"약 빨리 먹으라니까‼️"


이젠 진짜 가야겠다. 더 이상 뭉그적 거리면 약이고 뭐고 다 치워버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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