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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Nov 21. 2024

(저)지름의 미학

166 걸음

- 미학이 뭔지는 알고 쓰는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모르겠는데요.."


그렇다면 당장 해야 할 것은 바로 [검색]‼️


美學 | Aesthetics

미(美)와 예술, 미적인 것에 대한 사상(思想)을 탐구 대상으로 다루는 철학의 분과 학문.

나무위키 참조


모르면 알아가면 되는 것이니 위축될 필요까진 없겠지. 오히려 모르는데 아는 것처럼 얼렁뚱땅 넘기다 망신당하거나 '물어볼걸..'하고 후회해 본 적은 있다.


그렇다면 [저지름]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제목에 미학을 붙였을 때는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감흥이 있기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출처 : https://chimhaha.net/stream_free/470706?category=&page=4


"사실 그런 거 없습니다."


가져온 짤에서도 느꼈겠지만 그냥 한번 붙여보고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마음이 들어서 제목을 지었다.


여하튼 저지름이란 무엇인가? 무언가를 일으켜서 행동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내적 욕망을 어떻게든 표출시켜 현실로 만드는 것? 그렇다. 내게 있어 저지름이란 이와 같다.




최근에 난 뭘 저질렀나?


- 범죄는 아니겠죠?


그랬다면 오늘 글은 올라오지 못했을 거다. 일단 [저]를 빼버리면 뭐가 되나?


- 지름?


그렇다. 질러버렸다. 시원하게~ 하하. 몇 년간 고민하던 필요 없을 것만 같은 물건을 결국에 사버리고 만 것이다. 지른 품목은 아래와 같다.


출처 : https://store.dji.com/kr/product/osmo-action-5-pro?vid=170301


- 액션캠? 정말로 되도 않는 유튜버라도 해보려는 속셈인가요?


"어허! 그냥 취미생활.."


솔직히 말하면 별생각 없이 질렀다. 물론 거짓말이다. 본질적으로는 유튜버가 됐건, 영상이 됐건 조금이라도 더 잘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질렀다.


"오빠.. 아이폰 살 때도 같은 말 하면서 사지 않았어?"

"그럴 리가. 폰과 캠은 엄연히 용도가 다른데."

"아니야. 그때도 같은 핑계 대면서 좋은 거 사야 된다고 하더니 결국 뭐 찍었니?"

"... 해야지 앞으로."

"하아. 돈은 안 벌면서 쓰는 건 아주 대단허네? 어디 본격적으로 따져볼까?"


(중략 - 있었던 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결국 질렀다. 누군가에게는 별 대단치도 않은 물건일 텐데 그거 가지고 호들갑 떠냐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인생에서 캠보다 비싼 물건은 훨씬 많이 접할 수 있다. 내가 몇 년 동안 캠을 사기까지 고민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단순히 가격 때문은 아닌 거 같은데. (아니다. 가격 때문이 맞다.. 생각보다 손이 작고 쪼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사놓고 '무슨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거다. 내게 캠이 있다 해서 잘 활용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맞말로 사는 것보다 찍고 편집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싸고 싸고를 떠나 활용되지 않은 채 방치된다면 기계로서도 수치스럽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몇 년간 하다 보니 늘 '살까? 말까?'로 수 없이 내적 갈등을 했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많이 흘려보냈다. 매번 상상 구매와 장바구니 담기를 시도 후 "에이. 나중에 사지 뭐."라며 삭제의 반복. 아쉬움. 후회. 갈망.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까.


'더 이상은 안 되겠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그래서 질렀다. 물론 결제하고 나서도 몇 번이나 취소할까 말까 손이 반응했고, 필요 없을 것만 같아 보이는 액세서리를 밤새 무한 [취소요청<->철회]를 반복했다. 차라리 그런 고민할 시간에 일을 하든, 잠이나 푹자든 하는 게 이득이었을 텐데. (좀 더 솔직해지자면 글 쓰는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요.)




- 그러니까 결국 액션캠을 질렀고..


"그렇죠."


- 물건을 질렀으니까(샀으니까) 지름이라고 표현했을 테고..


"That's right."


- 물건으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고 나면 뭐라도 하겠지 싶어 [저지름]이라고 한 거겠네요?


"Awesome!(어쩜) 제 마음을 그리도 잘 아시는지."


- 대체 여기에 어떤 미학이 존재하고 있다는 건지? 화가 나려고 하네? 고작 물건하나 산 얘기잖아?!


리얼리즘의 측면으로 보자면 맞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40대에 들어선 백수 아저씨가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물건하나 지른 얘기로 끝.


하지만.


이게 단순 지름에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첫 페이지가 될 수 있다면?

앞으로의 행보에 있어 프롤로그 격인 역사적인(?) 순간이 된다면 어찌할 텐가?


- 어찌하긴 뭘 어찌해 이 양반아! 글쓰기 싫으면 접어버리던가, 반으로 접어버리기 전에.


화자로서 독자의 화를 돋울 생각은 없으니, 이쯤 해야겠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선생님 등장


"그래도 지구는 돈다. 아니 그래도 (저)지름은 계속된다."


이 말이 아내를 돌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 힘들 때면 하늘 대신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유튜버의 제품소개 영상을 찾아보자. 그곳에서 내게 행복함을 선사할 지름 품목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더 나이 들면 지름으로써 느낄 행복도 반감할 테니 최대한 그전에 미리미리 질러놓도록 하자. 앞으로도 아내 몰래 소소한 지름을 해나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포장해서 가끔 생존소식 겸 글을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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