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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
미니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어느새 다가온 로봇의 팔이 내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숨이 막혔다. 눈이 뒤집히고, 온몸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 끝났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시야가 흰색으로 번쩍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미니미에게 달려드는 로봇이 보였다.
“야! 커버 좀 부탁해!”
다급하게 들리는 미니미의 목소리까지 방금 전에 겪었던 상황과 똑같았다. 억양, 단어, 심지어 시야각까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야. 분명히 죽으면 과거로 돌아간다.’
달려드는 로봇의 공격을 팔로 막아내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방금 전 당했던 관통의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던 날카로운 금속의 느낌이 저릿했다.
‘아까도 죽었던 거고, 지금도 분명히 죽었다. 그런데 왜 또… 되돌아온 거지?’
머리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정신 안 차려?”
미니미가 소리쳤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뇌리 깊숙이 한 가지 질문만이 맴돌았다.
그 순간 미니미가 다시 한번 로봇에게 맞고 튕겨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목적지로 이동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아니, 그 목적지라는 게 애초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의심은 커졌고 확인이 필요했다.
‘확인해야 해. 꼭 그래야 해.’
달려드는 로봇을 피하지 않고 일부러 방어를 늦췄다.
“야! 뭐 하는 거야!”
미니미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지만, 곧 로봇의 총구가 내 몸을 꿰뚫었다.
순간, 뇌리를 파고드는 기계적 음성이 들려왔다.
[비효율적인 선택 감지. 생존 본능 오류. 주체는 임무 수행에 불합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폐기요망.]
‘아까 전과는 다른 메시지?’
그리고 다시 흰빛이 번쩍이더니 로봇이 미니미에게 달려드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었다.
“야! 커버 좀 부탁해!”
미니미의 외침에 나는 차갑게 대답했다.
“너. 방금 전에 일어난 일 기억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 말할 시간이 어딨어. 빨리 커버 좀 해줘.”
미니미는 내게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이 현상은 나만 겪고 있다는 게 되겠네?’
다시 한번, 뇌리를 파고드는 기계적 음성이 들려왔다.
[의심하지 말 것.]
[후우… 인간 주제에 꽤 파악이 빠르네. 안돼, 조금만 더 지켜봐야겠어.]
누군가 날 지켜보며 대화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기계적일 때와는 달리, 감정과 여유가 느껴졌다.
‘혹시 말을 하면 알아들으려나?’
[알아서 할 테니 가만히 있어. …야, 근데 넌 언제부터 눈치챈 거야?]
‘나한테 말하는 건가?’
[하, 이 새끼 일부러 모른 척하네. 그냥 말해. 아, 아니지. 접속 코드명 A332302020을 떠올리면 연결된다. 그전에 목적지부터 이동해. 이대로는 계속 반복될 뿐이니까.]
순간 뒤에서 로봇이 달려드는 게 느껴졌다. 분명 아까 전에는 그대로 심장을 관통당했었는데,
[자동 전투 모드 개시.]
몸의 주인이 AI라도 된 듯 자유로이 움직였다. 마치 상상 속 영웅을 지켜보듯 싸움을 관전하는 기분이 신기했다. 미니미는 그런 내 모습을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목적지로 이동할 것. 동료를 데리고 가도록 해.]
끝없이 밀어닥치는 로봇을 상대로 계속 전투를 벌일 수는 없었다.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전력을 바탕으로 미니미를 엎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 뒤로 내게 일어난 일은 안타깝게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땐 기계 음성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 울릴 뿐이었다.
[목적지 도착 성공. A332302020. 질의 기회 부여.]
[접속 코드명 A332302020 인증 중…]
[대상: 피실험체 H.O.]
[평가: 순응률 낮음. 불확실성 지수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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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놈 같지만, 오히려 변수가 크니 가치가 있지.”
“인간은 결국 국가 존속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 너무 빨리 눈치채고 있어. 하지만 더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