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조건 찬성.

6

by 고성프리맨

사방에서 로봇 경찰들이 일제히 총구를 겨눴다. 시뻘건 센서가 번쩍였고 기계적인 음성이 실내에 울려 퍼졌다.


“다수의 폭도 확인. 무력화 절차 개시.”


심장이 요동쳤다.


“정신 똑바로 차려.”


‘언제 옆으로 다가왔지?’


미니미가 방독면 너머로 짧게 외쳤다. 그 순간 로봇 몇이 달려들었다. 주입된 동작 루틴에 따라 몸을 낮추고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총구가 불꽃을 내뿜기 전에 팔꿈치로 가까운 로봇의 턱 부분을 쳐 올렸다.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 감탄할 틈도 없이 곧 사방으로 쏟아지는 총성과 발소리가 몰려왔다. 둘이서 상대하기엔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야! 너 데이터만 믿고 있지? 패턴이 뻔해. 지금부터 협동모드로 들어갈 테니까 떠올려봐.”

“무슨…!”


미니미의 거침없는 명령에 살짝 심기가 뒤틀렸는데, 협동이라는 상상을 하는 것과 동시에 입체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협동 모드 활성화. 팀 전술 데이터 공유 시작.

상대할 인원: 총 12기. 목표 동선: 전술 콤비네이션 시뮬레이션 중.



1. 전방 3기 견제. 미니미 좌측 돌파. 한현오, 후방 교란.

2. 좌·우 교차 동선 확보. 충돌 확률 3% 이하.

3. 실시간 보정 모드 가동.]


짜릿했다. 처음 만난⎯ 직접적인 만남이 처음이긴 하지 ⎯ 사이에 전투 교감이라니.

‘… 미쳤다 진짜.’


[시뮬레이션 결과. 성공률 85% 이상. 상호 커버 모드 개시.

상대가 공격 시, 빈틈을 채우십시오.



주의: 단독 행동 시 생존율 41% 하락. 협력 시 73% 상승.

시간제한: 90초. 적 증원 예상.

후유증에 주의하십시오.

90초를 초과하지 마십시오.]


그녀는 거침없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내 앞을 지나서 날렵하게 로봇 하나의 팔 관절을 꺾었다. 다른 로봇이 무방비 상태인 그녀의 등을 가격하려 했다.


[커버하십시오.]


명령과 동시에 그녀에게 달려드는 로봇을 밀쳐냈다. 그 사이 미니미는 자세를 가다듬고 다른 로봇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관절을 꺾었다. 짧은 순간에 이뤄진 둘만의 호흡이었다. 이상했다. 사람을 잃고, 기계를 원망하며 닫아걸었던 몸이 이 순간 낯선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신 차려!”


미니미가 내게 달려드는 로봇을 튕겨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적지는 언제 전달되는 거야! 이대로는 못 버틴다고. 커버!”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나한테 왜 명령질이지?”

“뭐?”


‘거슬리잖아.’


그러고 보면, 미니미랑 온라인에서 싸웠던 것도 따지고 보면 내 탓은 아니었다.

.

.

.

ㄴ 여군 보내면 남자들이 왜 피해봄? ㅋㅋㅋㅋ 진짜 그렇게 생각함?

ㄴㄴ ㅇㅇㅋㅋ 팩트임. 내가 자료 다 뒤져봤는데 현실이 이래 ㅋㅋ

ㄴ 남자논리 X 되고요 ㅋㅋ 반박 시 내 말이 맞음

ㄴㄴ 반박? ㅋㅋ 난 데이터로 말하는 거고 감정팔이 좀 그만 ㅇㅋ?

ㄴㄴㄴ 남자 피해 운운하면서도 자기 편한 대로 판단하겠지 ㅂㅅ

ㄴㄴㄴㄴ 밀리니까 욕하는 인성알만하네 ㅉ 현실 좀 봐라.

ㄴㄴㄴㄴㄴ 현실 ㅇㅈㄹ ㅋㅋㅋㅋ

.

.

.


온라인에서는 그렇게 날카롭게 맞붙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젠장… 인터넷에선 자신 있었는데.’


하지만 별다른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녀가 싸우는 모습을 봤다면…

분명 누구라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원래 인생은 실전이다. 현재로선 나보다 몇 배는 강한 그녀가 지금 상황을 벗어날 유일한 희망이자 돌파구였다. 여전히 로봇 수는 줄지 않고, 어디서 또 나타나는 듯했다. 사방의 로봇 경찰이 여전히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근육은 점점 말을 듣지 않았다. 입에서는 피맛까지 느껴졌다.


[커버 모드 10초 남았습니다. 한계까지 힘을 끌어다 쓰지 마십시오. 목적지는 검색 중입니다. 잠시만 더 기다리십시오.]


손끝이 저릿하고 무릎이 흔들렸다. 숨이 차올라 목이 조이는 듯했고, 팔과 다리는 무겁게 굳어갔다. 몸이 한계를 알리는 순간, 눈앞에서 미니미가 로봇 경찰에게 맞고 튕겨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으…!”


방독면 너머로 그녀의 흔들리는 눈이 보였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받치려 했지만, 닿지 않았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총성과 금속 마찰음이 마치 먼 곳에서 울리는 듯 멀게 느껴졌다. 희망도, 절망도 없는 정지된 순간 속에서 날아간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어떻게든 좀… 도와줘!”


그 순간, 기계적인 말투와 함께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목적지를 알려드립니다. 신속히 이동하십시오!]


‘꼭 이런 식이라니까. 간절함을 티 내야만 동아줄을 내려주려고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앓는 소리를 해야만 도와주는 거냐고.’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미니미를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또 생존을 향한 절박한 선택과 움직임이 필요해졌다.


이전 06화난 무조건 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