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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백 Aug 01. 2023

02. 임신 전 산전검사

난임은 남의 이야기 아니야?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
-손자병법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는 법.


우리 부부가 전투에 임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산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최저 비용과 시간으로 목적 달성을 하고 싶었고 그러려면 일단 우리의 상태를 알아야 했다. 나도 남편도 건강상 걱정은 없었고 남편은 더군다나 나보다 2살 어려서 결과가 잘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주변에 자연임신만 기다리다 뒤늦게 시험관으로 고생하는 커플이 꽤나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 전 산전검사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남자도 검사를 하려면 난임병원으로 가라는 지인의 조언에 근방에 유명하고 큰 난임병원을 검색해서 예약 완료!

아직 아무것도 한건 없지만 영양제 잘 챙겨 먹으며 병원 예약을 한 것만으로도 벌써 준비성 철저한 훌륭한 엄마 아빠가 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기대감이 차 올랐다.


예약일이 되어 병원으로 향한 날.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행복회로를 돌리며 가서 그런가 우리 부부는 병원 입구에서부터 기분이 았다. 병원은 난임병원이라는 무시무시한 타이틀이 무색하게  따뜻하고 밝은 인테리어로 우리를 맞아 주었고 직원들은 또 어찌나 친절한지. 평일이 연차를 내고 병원에 갔는데 대기실엔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 난임진단 부부가 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2022년 한 해 출생아 수가 24만 명대이고 올해는 더 줄어들 텐데 난임부부들만 모두 임신에 성공해도 뉴스에서 떠들던 저출산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기실은 많은 사람 수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다들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겠지?  인공수정, 시험관 모두 돈도 많이 들고 몸도 힘들다고 들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무엇보다 이번 검사결과도 잘 나오고 아이도 자연임신으로 가져서 여기 다시 올 일이 없다면 참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기다림 끝에 호명 후 남편은 정자채취를 하러 비밀의 방으로 입장하고. 나는 피를 뽑고 선생님께 초음파를 봤다. 검사 분석에는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주변에서 밥을 간단히 먹고 돌아와 진료실에 결과를 들으러 갔다.

나는 아직은 임신에 크게 무리 없는 위치에 자궁근종이 있었고 난소나이 측정인 AMH측정을 한 결과는 20대의 난소나이라고 하셨다.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생리주기도 정확하고 검사상 문제가 없으니 마음 편하게 임신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데 나보다 연하라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남편에게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다른 지표는 정상으로 나왔지만 정상 모양의 정자 퍼센트가 4퍼센트 이상이어야 하는데 2퍼센트로 조금 낮게 나왔다. 

최근 술도 끊고  담배는 결혼 전에 끊은 남편은 다소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고 선생님께선 바로 시술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연임신이 불가능하진 않으니 급하지 않다면 조금 더 노력해 보겠냐고 하셨다.


시술이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 대해서는 단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얼이 빠졌던 것 같다.

우리가 정자왕, 난소여왕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가 다소 실망스러워서였을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선생님께는 조금 더 자연임신을 시도해 보겠다고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그때 대기실에 앉아있는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어쩜 더 어려 보이는 젊은 부부들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감.

 그래도 우린 잘 되겠지! 아직 제대로 시도해 본 적도 없으니 괜찮을 거야! 하며 서로를 다독거리며 주차장에 갔는데 아까 대기실에서 본 부부가 무슨 일인지 병원 종이를 들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난임이라는 말이 훨씬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난임병원을 다녀와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배란테스트기도 써 보고 몇 번은 배란 초음파도 보며 날짜를 받아 시도했지만 결과는 테스트기 한 줄이었다. 그리고 생일이 지나 내 나이 만 35세가 되었고 우리도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난임부부가 되었다.


난임의 기준: 부부가 피임 없이 1년간 정상적으로 관계를 했을 때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을 때 난임이라고 한다.(여성이 만 35세 이상이라면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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