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다짐을 대하는 자세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여 신년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다짐을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처럼, 리셋하는 기분으로 마치 다 이룰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새해에도 어김없이 그럴싸한 목표들을 적었는데 그중엔 '에이, 이게 될까?' 하는 것도 있고, 정말 이뤄질 수 밖에 없는 별거 아닌 계획들도 좌절 금지용으로 적어둔 것도 있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온갖 걱정과 위험요소부터 생각하는 편이라 도전하고 모험하는걸 최대한 피하고 안정적인 삶을 지향했다.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 결과가 보장되어있는 일, 손해보지 않는 일에 만족하는 그런 삶.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이 있으면서도 '감히 어딜!?' 하며 뒤따라오는 수많은 걱정들에 행동으로 옮겨지기가 쉽지가 않았다.
이런 나의 생각을 깨트리고 자극을 준 사람이 있는데, 이전 직장에서 만난 '로엔'이다.
그녀는 나와 팀도 다르고, 직무도 다르고, 무려 나보다 열두 살이나 많은 선배지만 우린 공통 관심사로 인해 입사하자마자 친해졌고 퇴사 후에도 종종 만나 열심히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되었다.
로엔은 나와 반대로 '몸으로 먼저 부딪혀서 실행해보자!'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아, 그렇다고 이것저것 막무가내로 행동 하시진 않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와 대단하다... 어떻게 바로 실행에 옮기지? 실패하면 어쩌지..?' 하고 부러워하면서도 그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2년 전쯤 카페에서 이야기하던 중, 걱정 많은 나의 모습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로엔, 저는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걱정도 많고 겁도 나서 자꾸 주저하게 돼요..."
그때 로엔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썬, 우선 공부터 뻥! 차 봐요. 공을 차고 그 공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 보는 거예요. 중간에 너무 숨이 차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 질 때가 있겠죠. 그럴 땐 잠시 속도를 줄이거나 걸어가도 좋아요. 뒤돌아보면 처음 서있던 곳에서 꽤 멀리 달려온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최소한 0이거나 제자리걸음은 아닐 거예요. 그러다 다시 열심히 달려가면 되죠!"
그 말을 듣고 나는 공을 차보기도 전에 이 공이 어디까지 나갈지, 공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공을 차지도 못하고 출발점에 서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내가 무언가를 주저하거나 잘할 수 있을지 고민될 때마다 그녀가 해준 이 말을 떠올렸다. 그럼 신기하게도 겁은 사라지고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자며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내가 찬 공을 잘 따라잡았고, 그때마다 역시 차보길 잘했다며 스스로 뿌듯해하곤 했다.
잠시 쉬어갈 수도, 천천히 걸어갈 수도 있는 건데 무조건 잘 해내야 하고 완벽히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난 시작도 못하고 겁을 내고 있었구나. 그럴 필요 없는 건데!
나는 이 말을 새해 다짐하며 다시 한번 떠올렸다.
올해에는 결과가 어찌 되든 꾸준히, 꾸준히 달려보자는 마음으로.
우선 공부터 멀리 뻥! 차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