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추운 새벽을 달리던 기억
태도가 전부다.
<추운 새벽을 달렸던 기억>
: 태도가 전부다.
벌써 수족냉증으로 손발이 얼어붙고있다.
지금은 확연히 권토중래하며 선전 중이지만 작년 이맘 때 아직 채 일어서지 못했던 그 때, 근근이 대리운전을 하며 연명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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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러 원인들로 창업도 하던 일도 모두 접고 몇 달을 앓았다. 내 실수들로 인한 마이너스 통장은 대출 한계치에 육박해갔는데 버는 돈은 0원이었다. 버는 건 없는 주제에 목구멍은 포도청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빚은 더 쌓여갔고 그럴수록 나는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다가 12월부터는 죽을 바에는 뭐라도 해보자며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게 내 재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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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파서 일 하는데 꽤 힘이 들었는데, 대리운전 시스템은 정말 창렬했다. 업체가 30프로 커미션을 떼가면서 거기에 보험료까지 추가로 받는다. 그럼에도 기사의 실수에는 굉장히 단호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아닌 콜 픽에 대해) 숙달되지 않으면 돈을 벌기가 힘들게 되어있다. 때문에 첫 한 주는 밤 9시부터 새벽 3시 까지 일을 해도 고작 5만원도 못 벌었었다.
이렇게 창렬했지만 물에 빠졌다가 나온 나는 자신감이 없었다. 이것조차 못한다면 굶어 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놓지 못했다. 헌데 웬걸, 일주일이 지나니 조금씩 이 업에 대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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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을 하며 많은 손님들을 만났다.
아들이 공부를 안한다며 하소연 하다가 내 전문 분야라고 이야기 했더니 명함 건내주며 과외 좀 해달라던 유명 금융회사 임원 아저씨.
사업 이야길 하다가 내게 의견을 물으시고는 자기도 한 번 망한 적이 있었다며 힘내라고 하시며 수표를 꺼내주셨던 사업가 아저씨.
그 외에도 많은 손님들이 내게 가르침을 주셨고 나는 모든 사람과 상황에서 배우고자 노력했다..
천천히 알게 된 점은 대부분의 손님이 대리비는 부담없이 쓸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아무 목적없이 타인과 대화를 필요로 하는 40대 이상의 남성분들이셨다는 점.
처음에는 이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날이 갈수록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갔고, 왜인지 모르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친절해져갔다.
처음에는 옷도 눈만 내놓고 꽁꽁 싸매 입었었지만 얼마 후 부터는 내복을 엄청 껴입고 코트를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를 아직 타지 않은 손님은 일일이 문을 열어드렸고 하차할 때도 내려서 문을 열어 드렸다. 그렇게 나는 뭔가 천대받는 대리운전기사라는 일을 하면서도 나와 손님들을 위해 노력했다. 노력이라기보다는 정성을 다하기 시작했다. 태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러자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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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술이 많이 취하지 않으셨던 손님들께서는
"기사님은 나이도 어린거 같고, 하고 다니는것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다른 기사님이랑 많이 다르네요. "
라며 무슨 사연이 있냐고 물었다. 솔직하게 대답을 해드리고나면 그분들은 몇몇 첨언을 하고는 꼬질꼬질한 만원짜리가 아닌 신사임당 누님이나 흰 수표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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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는 감성적인 부분을 어루만지는 강력한 무기고, 이 세상의 대부분은 이성으로 만들어졌음에도 감성에 의해 무너지고 다시 만들어진다. 그러니 뭐든 태도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말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 거겠지.
그러니
생각이 바뀌면 태도가 바뀐다.
태도가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성과물이 바뀐다.
그리고 성과물이 바뀌다보면 운명이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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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새벽을 달렸던 작년의 나에게.
"고마워.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해볼게." 라는 말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