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구 Apr 29. 2021

스타트업의 채용 시기

좋좋소가 되어가는 이유에 대하여

스타트업의 채용 시기
- 좋좋소가 되어 가는 이유

유튜브 드라마 '좋좋소'를 보면서, 서서히 무너질 때 쯤의 내 모습과 너무 같아서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난 번에 한 번 이야기를 했었지만, 직원을 대하는 행동을 보며 깊은 반성을 아니할 수 없었다.

해봐야 4년 동안 몇 명이나 겪어봤겠냐만, 내 경험 상 스타트업 대표는 보통 초인이거나 양아치였다. (드물지만 둘 다 인 경우도 있었고.) 양아치는 애저녁에 말아먹기 때문에 가타부타 떠들 가치도 없지만, 초인인 경우 창업 초기에는 엄청나게 발전하지만 초기를 벗어나면 서서히 두 개의 케이스로 갈라진다. 유니콘의 길로 접어드느냐 진짜 신기루처럼 사라지느냐.

유니콘의 길은 걸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신기루 코스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웹 드라마 좋좋소에서도 이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려 한 것이기도 하고.

어느정도 성장을 거치며 슬슬 채용이 필요할 때 쯤 성장이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앞서 말한 두 갈래의 선택의 길에 서게 된다. 내 일이 전자와 후자 중 어디에 속하는지 판별해내는 가장 훌륭한 판별식은 '채용을 왜 하는가?' 라는 질문이라고 본다. '채용은 왜 할까?'에 대한 답은 여러가지겠지만 무조건 그 이유가 타당해야 한다.

1. 우선, 사장이라면 채용해서 일을 시키는게 아니라 일단은 일을 해야 한다. '열심히'는 선택, '잘'은 필수. 그러다가 도저히 손이 부족해서 안 될 때, 꽤나 오랜 시간과 노력을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 사용한 후 그 누군가가 손발이 되어도 충분할 때 채용을 시작 해야한다. 채용은 빈 공간을 채우는 충전재의 느낌이어야 하지, 대들보가 되어선 안 된다. 애초에 나눠선 안되는 파트를 나누고 시작해서 박살나는 케이스가 여기에 속한다.

2. 만약,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일단은 내가 그 깜량이 되는지부터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화성에 로켓을 쏘아서 돈을 벌고 싶다' 는 목표가 있다면 로켓을 만들고, 돈을 벌고, 화성에 보내는 모든 프로세스가 정확히 이해되어야 한다. 이게 안 되는데도 "깡으로 해내겠다" 라고 밀어붙이면, 안 그래도 어려운 창업인데 안 될 확률이 더더욱 높아진다. 그러다가 실패라도 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어서, 남은 삶을 빚과 함께 기구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니 스케일이 클수록 똑똑해야 한다. 체계를 정확히 그려내야 하니까. 채용은 그 다음이다. 그림을 확실히 그린 다음에야 그 그림을 실체화 할 사람이 필요한 법이다. (실제로 아직 화성에 못 보냈고 회사는 계속 적자가 나는데도 여러 방법으로 돈 쓸어 담으시는 엄청나게 똑똑하신 분 있잖아?)

앞 케이스와는 반대로, 신기루 코스를 밟는 대부분의 대표는 일단 채용을 하고 뭘 시킬지 생각한다. 예를 들면 '그래도 회사에 마케터랑 디자이너 한 명은 있어야지!'  라면서. (내가 그랬듯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너무 지쳐서가 아닐까한다. 잠깐 멈춰서 채용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데 멈추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니 멈출 수가 없다. 그러니 타당성에 대한 생각은 멈춘 채 일단 채용을 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채용은 했는데 명확한 쓰임새를 모르면 어영부영하다가 잡일을 시키게 된다. 그러면 그 직원은 필연적으로 얼마 안 가 루팡이 될 수밖에 없다. (이유를 모르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잘 해내는 건 자폐 스펙트럼에 속한다.)

대표는 지쳐선 안 된다. 지치기 전에 멈춰야한다. 대표는 페이스조절 까지 완벽한 초인이어야 한다. 먼저, 깊게 생각하고 먼저, 빨리 움직여야 하며 엑셀과 브레이크를 적절히 쓰는 슈마허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본인 그 자체가 대들보가 되어 사업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대표가 지치고 생각과 행동을 멈추는 순간 좋좋소가 시작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대표의 월급에 대한 마인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