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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Feb 11. 2024

봄기운 안고 깃털처럼 가볍게

다가온 것들




<카페 뷸라*>쥔장 건넨  은 무안을 잊지 못하게 하는 마지막 점 하나다.

서울서 내려왔다는 내 친구들에게 서비스로 '떠먹는 딸기케이크'  일은 우리 셋에게 잊지 못할 이야깃거리였다.

비 오는 날의 카페, 따뜻한 차, 그리고 케이크와 도란도란 우리의 이야기.


안산으로 돌아오는 날, 고모네를 나서서 카페에 들다.

창가의 햇살 밝은 곳에 따끈한 차를 앞에 두고 대표와 마주 앉았다.

대표는 이미 마음이 활짝 열려 있었다.


카페의 쥔장 부부는 40대 정도로 보였다. 마을의 고령화에 비해 젊은 편인 데다 인테리어 감각이 세련되어서 이곳에 정착한 과정이 궁금했다고 물었다.


그들 부부는 카페를 열기 전에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했다고 한다. 센터와 학생들 이야기를 꺼낼 때의 쥔장 표정이 너무나 환해서 얼마나 행복한 마음으로 운영했을지 알 수 있었다.


센터는 무안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함평에 있었다.

학생의 80퍼센트가 코시안으로 조손가정이 많았다고 한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9년을 꼬박 다닌 학생들도 있었고, 네 남매가 다닌 경우도 있었다 한다. 이들 부부를 삼촌, 이모처럼 따랐다고 한다.


방학 때 센터에 일찍 와서 종일 지내다 가는 학생들이 많아서 힘들었다는 얘길 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에 잠기는 듯했다.

15년 운영하는 동안 딱 한 학생을 자른 적도 있었다는데, 다른 학생들에게 심한 피해를 주는 폭력성이 큰 학생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 직전부터 학생 수가 꾸준히 줄어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의 인구가 줄면서 입학생은 줄고, 고등학교로 올라간 학생은 더 이상 다니지 못하니 남는 학생으로는 운영이 불가했다.


문을 닫기로 하고 다른 일을 찾던 중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이 땅에서 무얼 할까 하다가 카페를 열기로 했다.

인테리어가 지연되어 가는 1년 동안 부부는 바리스타 자격증제빵 자격증을 땄다.


흙을 좋아하는 남편은 정원을 일구고, 커피 내리기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내는 손님을 맞았다.

주민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페라니!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고 한다. 다행히 이 부분의 세심함과 다정함, 정직한 영업 덕에 목포, 함평, 나주 등에서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부부는 넓은 정원을 만들었다.

주말이면 주변 지역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를 찾아와 한나절 동안 놀다가는 가족들이 놀이기구를 갖다 준다는 얘기도 했다.


"아동 센터할 때는 학생 수가 일정한 편이어서 매출에  신경지만, 카페는 여러 요소로 영업이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차이가 커요. 불안하다면 불안하지만 이만큼 사는 것도 감사하고 행복해요."


리를 해 본 적 없다는 쥔장이 브런치 메뉴를 그렇게 맛있게 만드는 것도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고 했다.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 주는 쥔장의 열린 자세에 긍정의 기운이 전해져 왔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살아보 않은 곳에 가서 지내보자 바랐을 뿐인데, 무안 한달살이를 체험하고, 순이 고모라는 큰 어른을 만나게 됐으며, 생판 모르던 카페 주인의 삶을 듣고 영감을 얻었다.

이 경험은 '내일이 기대되는 오늘'을 살고 싶은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쥔장과 나는 서로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교환하며 90분 정도의 인터뷰를 마쳤다.

카페 쥔장은 대화를 많이 나눠본 분 같았다. 낯선 이에게 솔직한 녀에게서 친근함이 느껴졌다.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내어 주고, 지나온 삶의 면면을 들려준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언젠가 다시 찾기로 약속한 뒤 무안을 떠났다.


언가를 두고 온 듯 발길이 가볍진 않았다. 



*뷸라 : 황금의 땅,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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