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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Feb 09. 2024

깨끗하고 불이 환하며 따스한 카페

전남 무안의 <카페 뷸라*>




'끗하고 불이 환한'* *카페를 발견했다.

고모네서 15분 정도 산책하듯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카페가, 그것도 꽤 좋은 카페가 있어 얼마나 반갑던지. 생뚱맞다느낌이 드는 장소였다.

무안 도서관 가는 길과는 반대편에 있어서 그 방향으로 갈 일이 없었다가 도서관 휴관일을 앞두고 혹시나 하여 검색해 찾아낸, 아주 귀한 곳이었다.


고모네 넓은 집 놔두고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핑계로(실은 고모 댁에 책상이 없는 데다, 냄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매일 15킬로미터 떨어진 도서관에 가서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커피값을 쓰려니 고민이 되어 엄청 중요한 문제인 양 도서관과 카페의 장단점을 따져보았다.


<도서관>

장점 : 장시간 글을 쓸 수 있다. (이것도 고모 퇴근 시간인 오후 5시 반까지 귀가해야 해서 장점만이라기엔 부족했지만.)

단점 : 주유비를 써야 하고 노트북 사용 공간이 부족하다.

- 노트북 2개(자리 차지하기 어렵다.)

- 2층 홀테이블 사용 가능(춥다, 사람들이 힐끗거린다.)


아, 무안 도서관 아담하고 책 깨끗했으며, 직원 분들 친절하나 노트북 키보드 사용자에게는 정말로 열악했다.

지금 생각하니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집필 투혼을 발휘한 내가 쫌 대단해 보인다.


<카페>

장점 : 자리가 많고, 따뜻하고, 집중이 잘 된다.

단점 : 커피 값이 든다. 3시간 이상 앉아 있으려면 다른 메뉴를 더 시켜야 한다.

- 커피만 마시기 미안해서 브런치를 사 먹고 5시간 버틴 적 2회 있었음.(맛있어!)


카페 쥔장(여)이 명랑하고 친절한 분이었다. 

방문 첫날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완성이 안 돼 일어나기로 한 시각이 늦어졌다. 

미안한 마음에 브런치(식사)를 추가 주문하고 글을 완성한 뒤 카페를 나오며 그랬노라 했더니 쥔장 상냥하게 말하였다.

"다음엔 완성하고 가세요. 테이블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어떤 글 쓰시는지 궁금하네요."

그 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방문하며 쥔장과 낯을 익혀갔다.




무안으로 여행 온 두 친구와 임자도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일이면 목포 여행하고 친구들은 돌아갈 거라 조금씩 허전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무안 관광지를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쉽고 미안하였다. 

"내가 몇 번 가 본 카페 있는데 가서 따뜻하게 차 마실래?"


친구들은 좀 생각해 보자 하였다.

둘 다 이쁘고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 임자도에서 간식을 꽤 든든히 먹었고, 곧 저녁을 먹을 시간이 가까워서 어중간하긴 했다.

"무안 여행도 못해봤잖아. 여기가 무안 관광지라 생각하고 수다나 떨다 가자. 카페가 이뽀."


쌀하고 비가 와서 그런지 카페에 손님이 없었다. 

"서울서 여행 온 친구들이에요."

쥔장이 자기 친구들인 양 반겨주었다.

우린 곧 저녁을 먹을 거라 차만 세 잔 주문했다.

바깥에 내리는 비와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따듯했다.


쥔장이 우리가 주문한 차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메뉴가 쟁반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 카페의 이후 영업에 혹시나 방해가 될까 하여 여기에 밝히는 게 조심스럽지만)

그분이 직접 만들었다는 먹는 과일 케이크였다.

"어머나,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일부러 찾아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

정말 이런 감동은 다시없을 것이다. 그 공간은 밝고 깨끗하고 불이 환한 데다 인정까지 하였다.




인상 좋은 분, 대화가 통하는 분을 만나면 그분의 삶이 궁금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

무안을 떠나던 날, 쥔장을 인터뷰하러 갔다.(전날 양해를 구했고, 쥔장은 흔쾌히 응했다.)

인터뷰가 무척 즐거웠고 내 삶의 방향성 생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쥔장 부부의 삶의 자세에서 영감을 얻어 산에 돌아와 손바닥소설  정도로 귀한 만남이었다.




인터뷰 얘기는 다음에 쓸게요.^^

목포, 함평, 나주, 압해도에 사시는 분들,

전라남도 여행하는 분들 꼭 들러보세요.

쉬다 가기에 참 좋은 곳이에요.

아이들 있으신 분들은 더 좋을 듯해요.^^




* 뷸라 : 황금의 땅, 기회의 땅

**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소설 제목 '깨끗하고 불이 환한 곳'에서 차용한 문구



우리 식구가 키우던 녀석과 비슷하게 생긴 길냥이. 저 자리, 저 수건 위에 오도마니 앉아 있다. 냥이도 카페를 사랑해.♡


창창이 글 쓰던 구석진 공간.



쥔장 부부의 넉넉함 덕분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 확보.



저녁놀이 이쁘게 보이는 카페 뷸라.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카페 뷸라는 무안의 주변 지역에서도 찾아온다는, 명실상부 무안의 명소가 되어 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쥔장 부부의 인품 덕분인 것 같다.



#카페 #카페뷸라 #인터뷰 #전남무안

#무안 #ENFP #엔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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