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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May 15. 2024

앨리스 먼로, 편히 쉬세요

존경하는 작가를 추모하며


'앨리스 먼로' 작가를 어떤 경로로 알게 됐더라.

아마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나의 뇌가 장편, 단편 소설 읽기로 폭풍을 일으킬 때였을 것이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집인 <디어 라이프>가 내 서가의 '좋아하는 소설 50선' 안에 꽂혀 있다.

쓸쓸하거나 헛헛할 때 꺼내 읽는 소설 중 하나이다.

<디어 라이프>를 꺼내어 아무 곳이나 펼친다. 눈에 띄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다. 그 앞의 문장들을 거슬러 올라가 읽기도 한다. 대체로 마음이 뿌듯하게 차오른다.


캐나다인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그것도 여성이 받았다는 게 인상적이어서 도대체 작품이 어떻기에? 하고 찾아 읽었던 것 같다. 

그녀가 5월 13일, 그저께 별세했다고 한다. 1931년생이다.


노벨상을 받고 나서 절필 선언을 한 용감무쌍한 작가라서 더 멋진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10여 년 간 치매를 앓아왔다 안타까운 내용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인어공주'의 결말이 슬퍼서 자신이 직접 바꿔 쓰려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결혼하여 농촌에 살며 세탁실에 앉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걸작을 집필 앨리스 먼로 작가, 감히 롤모델로 삼고 싶은 분이었다.


작가는 힐끗 지나칠 만한 장면을 포착하여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탁월하다.

이면을 보는 그녀의 특별한 눈이 부러웠다. 보통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디테일함이 놀라웠다.

평이한 문장들로만 이루어진 글인데 엄청난 긴장이 유지되게 하는 능력을 뭐라 해야 할까.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 단편 <디어 라이프>의 마지막 문장



단편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진 앨리스 먼로는 대부분의 장편소설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 정밀성을 매 작품마다 성취해 냈다. 먼로의 작품을 읽으면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반드시 깨닫게 된다. - 맨부터 인터내셔널 상 선정 이유(2009년)


아까 갑작스레 기사를 접하여 짧으나마 작가를 추모하며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앨리스 먼로 작가님,
그곳에서 부디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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