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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카야자 Jun 01. 2020

"얘들아, 선생님 얼굴 보이면 손 한 번 흔들어볼래?"

"화면으로 봐도 반갑네"…사상 첫 온라인 개학


시간이 지나 우리의 학교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날의 사상 첫 온라인 개학과 수업은 꽤나 기념비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코로나19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개학을 무기한 연장할 수 없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 '온라인 개학'이었다.

먼저 중학교와 고등학교 3학년들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개학과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 날 취재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취재 장소 몇개 학교에 

각 사별로 기자들이 나뉘어 영상 취재를 하고 

촬영 원본을 공유하는 방식의 '풀(Pool)'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각 언론사들은 취재인원을 줄일 수 있고 

취재장소에 취재진들이 바글바글 몰려들어 자리싸움 등을 

하는 상황을 피하고 취재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 


풀로 영상취재를 할 때는 뭐랄까,

솔직히 좀 더 긴장된다.


내 촬영 원본을 6개사 전체가 공유해 볼거라는 생각과 

중간에 포커스라도 살짝 나가면 쪽팔린다는 생각

내가 잘만 찍어오면 온갖 채널 뉴스들에 내 그림이 실릴 수도 있겠다는 기대랄지,

아무튼.


나는 중랑구의 중화중학교를 맡았다.


(본 포스팅에서는 타사 뉴스에 쓰인 내 촬영본들도 함께 캡쳐해 올린다.)




20200409 MBC뉴스데스크 <"화면으로 봐도 반갑네"…사상 첫 온라인 개학>




온라인 개학은 09시경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나는 그보다 먼저 학교에 도착해 

자가문진표를 작성하고 취재 비표를 받고 학교 외경을 찍었다.


미리 준비된 두 개의 교실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학식을 가졌다. 

(ZOOM에서 한 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인원에 제한이 있어 이렇게 했다.)


온라인 개학은 학교에 선생님들만 나와 교실에서 노트북과 카메라들을 이용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텅빈 교실에 선생님 몇몇만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개학식 풍경이라니. 

나뿐아니라 모두가 생소했고 어색했다. 



20200409 뉴스데스크 <"화면으로 봐도 반갑네"…사상 첫 온라인 개학>



교장선생님이 본격적인 개학식 전 직접 채팅방에 들어온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OO이 들어왔네, 안녕~"

"OO이는 얼굴이 안보인다 카메라 한 번 켜볼래? 옳지"

"OO이 방금 일어났구나, 하하하"

하며 기약없이 미뤄지던 개학이 온라인으로나마 이루어진 것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선도부장 선생님, 상담 선생님, 보건 선생님 등등 기타 분야의 

선생님들이 차례로 등장해 여러 당부말을 전했다. 


온라인 개학식이 이루어지는 시간과 동시에 

또다른 교실들에서는 중학교 1, 2학년들을 대상으로 시범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개학식 그림을 어느정도 챙겼다고 생각한 후에는

두 교실의 시범수업 모습을 스케치 했다. 




(좌) 200409 SBS 8뉴스 <"얘들아 얼굴 보여줘"…사상 첫 온라인 개학 현장> / (우) MBN 종합뉴스 <온라인으로 새학기 시작…교복 대신 운동복, 앱으로 출석>
200409 KBS 뉴스9 <온라인 개학 첫날…“반갑지만 답답”>




개학식이 끝난 뒤에는 중3의 공식적인 첫 수업이 이루어졌다.

국어 수업이었고, 물론 이 수업도 교실에는 교사 뿐이었다. 


온라인으로 시행되는 수업도 처음인데다 

혼자 있는 교실에 기자들과 커다란 ENG카메라까지 들어와있으니 

교사들은 꽤나 어색하고 긴장된 환경에서의 수업이 됐을 것이다. 

더구나 학생들 뒤로 보이지 않는 곳에 학부모들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



20200409 뉴스데스크 <"화면으로 봐도 반갑네"…사상 첫 온라인 개학>



내가 갔던 중화중학교에서는 

중학교 1학년 과학수업, 중학교 2학년 가정수업, 중학교 3학년 국어수업이 공개됐는데

교사들의 얼굴과 교사들이 미리 준비해둔 시청각 자료로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체육이나 미술, 음악 등 예체능 수업은 어찌하나 싶었는데 

마침 타사에서 취재를 나간 학교들에서 그런 모습들이 촬영 되어있었다. 


타사의 원본을 보니 

선생님이 노트북 앞에서 홀로 일어서 스트레칭 동작을 지도 한다거나

학생이 아쟁을 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수업을 듣는 등의 특이하고 재밌는 풍경이 벌어졌다.


색다른 풍경의 개학을 보고있자니

그리 오랜 세월 지난건 아니지만(?)

내 중학교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학교는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는 공간임과 동시에

나와 그 시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는 장場이기도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빼앗긴 학교생활에서 

수업은 온라인으로 일정부분 대체한다고 해도 

그 외의 것들은 어떡하나, 걱정됐다. 



20200409 뉴스데스크 <"화면으로 봐도 반갑네"…사상 첫 온라인 개학>



더욱이 코로나19 때문에 외출도 어려울텐데 

무슨 핑계들을 대고 친구들과 놀러나가려나 측은하기도 했다. 


수업을 마치면 6층 음악실 한 켠에 마련된 합주실로 달려가 밴드 연습을 하고

하굣길에는 매일같이 친구들과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분식집에서 '떡튀순'을 먹곤 했는데,


물론 이 시기의 중학생들에게는 또 나름대로의 추억이 생기겠지만,

이 마저도 나름의 추억으로 남겠지만


얼굴 맞대고 침 튀기며 떡볶이 먹는 추억을 쌓기는 힘들겠다는 사실이 좀 안타까웠다. 


헉, 쓰고보니 꼰대같다. 

중3이면 고작 12년 지난 일인데. 












관련 리포트 ;

MBC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716798_32524.html


KBS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21643


SBS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740329&plink=THUMB&cooper=SBSNEWSPROGRAM


MBN

https://www.mbn.co.kr/vod/programView/1240042


함께 POOL한 YTN과 OBS 리포트에서는 내 그림을 찾기 어려워 본문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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