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3부. 같이살이 : 혼자이지 않은 삶

by 칠일공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을 깨운다.

간단하게 과일주스를 만들거나 남편이 먹을 간편식을 준비한다. 영양제도 빼먹지 않는다. 출근복을 챙겨주고, 출근 준비를 마치면 현관문 앞에 서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오늘 하루도 힘내서 잘 다녀오라고. 이런 여자는 TV드라마에만 나오는 사람인 줄 알았다. 적어도, 그 사람이 내가 될 거 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지금 나는 드라마 속 등장인물처럼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있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살림을 전혀 해본 적 없는 작가였던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남편이 출근하면 집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혼자 살 때 살림은커녕 요리해 본 적조차 없던 나는 신혼 초반에 굉장한 고충을 겪었다. 먹어 본 음식의 종류가 국한되어 있어 음식을 만드는 데 큰 한계를 느꼈다. 음식의 간을 보거나 재료를 다듬는 일은 나의 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다. 사실,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모르는 편에 가까웠다. 나에게 음식이란 배고픔을 채우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끼를 잘 때우기만 하면 됐던 시절은 가고 우리 가족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오고만 것이다.


그에 반해 남편은 식성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시어머니의 요리 실력은 수준급 이상이고 남편 역시 요리에 재능이 있다. 식성이 유별난 만큼 밀키트처럼 가공된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소위 말해 정반대의 식성을 가진 두 사람이 살게 되었지만 하필이면 요리 포지션을 맡고 있는 사람은 음식에 대해 문외한이다. 신혼 초에는 남편에게 요리의 고충에 대해 많이 털어놓았다. 남편 입장에서는 전혀 어려울 게 없는 것들이 나에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저녁 메뉴 고민부터 음식 만들 생각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시간 대비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졌다. 요리 학원을 다녀볼까 생각했지만 큰 의미가 없어 보였고, 간단한 요리를 하면서도 많은 시간 낭비와 음식물 쓰레기, 산더미 같은 설거짓거리를 만들어댔다. 남편은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았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억지로 맛있게 먹어줬던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은 퇴근 후 내가 차려준 저녁밥과 함께 반주를 하며 늘 이야기 한다. ‘이런 게 행복’이라고. ‘내가 원했던 결혼 생활’이라고. 요리를 싫어하는 걸 알지만 시키는 이유는 “너라는 사람은 집에서 뭐라도 해야 안심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결혼 생활에서 작더라도 나의 역할이 있어야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스스로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왜 나에게 이런 어려운 일을 맡겨서 나를 힘들게 하는가’라며 속으로 많이 원망했는데, 남편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었던 것.





맛없어도 괜찮아, 점점 나아지고 있잖아.
우리 집은 김치찌개 맛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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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어딜 가나 내 칭찬을 쉴 새 없이 한다. 우리 아내 최고라고, 아내 요리 덕분에 집에 가고 싶다고.

어쩌면 더부살이 인생일지도 모르는 나에게 살림이라는 역할이 있어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남편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를 한다.



그래, 정말로 어쩌면 이런 게 행복인지도 모르지.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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