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 내일은 불안

3부. 같이살이 : 혼자이지 않은 삶

by 칠일공



-행복한데 불안한 감정이란 무엇일까.


전쟁 같았던 인생 1 막을 살았던 나는 안정적인 인생 2 막을 받아들이는 게 서툴렀다.

낯선 행복보다 익숙한 불행이 편했던 것도 같다.


당장 행복한 순간에도 불현듯 불안이 다가왔다.

‘이럴 리가 없어.’, ‘분명 안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이건 꿈일 거야.’ 이런 걱정에 사로잡혀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내가 되어 있었다. 행복의 순간을 다가올 불행에 대비하는 시간으로 허비했다. 익숙하지 않은 변화를 받아들임의 문제를 떠나서, 스스로가 만든 불행 속에 빠지기도 했다. 번아웃으로 인해 모든 면에서 작아져 버린 나의 자존감은 스스로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남편의 희생으로 얻어진 행복감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죄가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출근하고 나면 그 시간에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친구도 만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당신 하고 싶은 거 다 해.”


어쩌면 지금의 삶은 내가 늘 꿈꾸어왔던 평범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때 전업 작가를 원했으나 생계 문제로 이루지 못했고, 퇴근 후 수면시간을 쪼개어 그림을 그렸던 시절을 살아온 나였다.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난 지금, 미안함과 불안감으로 인해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는 강제로 할 수 없었다면 지금은 자의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남편과의 신혼생활은 너무나 안정적이고 또 달콤했다. 그것은 마치 독이 든 사과처럼, 다른 의미에서의 무력함을 가져오고 말았다.



오늘은 행복해도 내일은 불안하다.

스스로가 만든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건 나의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였다. 타인을 너무 배려하려다 보니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이타적인 나,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누린 적 없는 안정이라는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나. 그런 나에게 오늘도 달콤한 행복을 선사하는 당신은 정말로 나를 파괴하러 온 구원자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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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 즉, 생명이라는 가치는 내부적 역량과 외부적 환경이 적절히 조화돼 창조되는 것.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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